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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맞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단원들 성장 지켜보는 지금이 더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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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살아가면서 혼이 사라지고 감정을 못 느끼고 스킨십이 없어지면 인간도 로봇이 돼요. 이미 그런 사람이 꽤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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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단장은 “예술행정도 머리가 아니라 사람간의 팀워크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강수진(49) 국립발레단장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화제였다. 강 단장은 “이세돌의 솔직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인공지능 시대에 무용은 생존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컴퓨터 시대가 될수록 사랑하고 배려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인간성’이란 본질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성 확립의 매개체로서 예술은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 기량 높이고 레퍼토리 다양화
“귀국 초기 한국 음식 안 맞아 고생”

강 단장은 2년 재임기간 중 단원의 기량 향상과 다양한 레퍼토리 구축에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취임때 원석을 갈고 닦아 보석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100%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수 단원이 예전보다 더 강한 동기부여를 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자평했다. “중요한 건 하루하루, 순간순간 작업을 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며 “무대에 설 때보다 단원의 성장을 지켜보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 국립발레단은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 ‘라 바야데르’와 ‘스파르타쿠스’, 조지 발란신 안무의 ‘세레나데’, 드라마 발레의 정수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을 무대에 올린다. 강 단장은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일일이 설명하기 보단 다양한 라인업으로 관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역 무용수가 아닌, 무대 뒤 행정가로서 역할에 대해선 “예술행정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워크가 핵심이다. 상대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듯 직원의 의견을 듣고 상의하고 함께 고민했다. 결국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이날 “질문이 뭐였죠? 오십줄이 되니 깜빡깜빡해요” “이렇게 발표문 안 읽으면 한 시간 내내 수다만 떨어서요”라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2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해선 “30여년 만에 고국에 오니 처음엔 음식이 잘 안 맞았다. 이제야 (한국 음식의) 깊은 맛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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