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도 헌법 구제 받도록 변호사 비용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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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현 대표는 “누구나 헌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김상선 기자]

경북 청송의 ‘경북북부 제3교도소’(옛 청송교도소)는 2014년 9월 이전까지는 교도소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계를 받은 수용자의 실외 운동을 금지했다. 일반 수용자에겐 매일 실외 운동이 허용된다. 교도소 자체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헌재 국선대리인 이공현 전 재판관
징벌 수용자의 실외운동 금지 철폐
“경솔한 입법의 폐해, 현장에서 절감”

이 규정은 같은 해 수용자 이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의 영향으로 개정됐다. 당시 준강간죄로 복역하던 이씨는 정신적 질환때문에 3년 6개월간 독방에 수용됐다. 참다 못한 이씨가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내게 해달라”며 독방입실을 거부하자 교도소 측은 그해 6~8월 5차례 징계를 내렸고 그 기간 동안 이씨의 실외운동도 전면 금지했다.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이씨에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이공현(67·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전 헌법재판관이다. 이 대표는 헌법재판관 출신으로는 드물게 2012년부터 헌재 사건의 국선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씨의 사건을 배당받은 직후 서울구치소에 마련된 화상 접견 시스템을 통해 이씨와 1시간 30분 동안 상담과 접견을 했다. 그리고는 “기본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헌법재판을 받아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직접 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서 “징계 대상이라고 해서 수용자의 실외 운동을 자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결국 교도소 측은 관련 규정을 바꿨고, 이후 이 교도소의 모든 수용자는 징계를 받더라도 최소 주 2회의 실외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씨 사건을 포함해 통상 1~2년씩 시간이 소요되는 헌재 사건 10여 건을 처리했다. 국선변호인과 마찬가지로 헌재 사건의 국선대리인 역시 최소한의 실비만 받고 일을 한다. 그는 “헌재를 나와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경솔한 입법과 행정 처분이 개개인의 실생활과 자존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피부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헌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변호사비용을 지원하는 등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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