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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등 이공계 5개 대학 "연구업적 평가방식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ㆍ카이스트ㆍ포항공대 등 5개 이공계 대학이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과제의 평가 시스템 개혁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들은 연구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고 2~3년 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실적을 요구하는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5개 대학 연구부총장들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초안인 선언문에는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 동안 논문의 양과 세계적인 평가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연구 업적의 질을 보여주는 논문 피인용도는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라는 지적이 담겨 있다.

현재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평가 지표는 SCI(과학기술인용색인) 국제 학술지 논문 수와 IF(Impact Factorㆍ영향력 지수) 등이다. 대학들은 “정량 지표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연구자의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과제 선정을 가로막는다”고 봤다.

서울대 박노현 연구처장(의학과 교수)은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도 교수들이 주목한 것은 연구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었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가 가능하려면 큰 틀에서 정부 지원 체제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공계 연구개발 재원의 상당 부분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선언문을 통해 “연구자들이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연구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업적 평가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구 업적 평가에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정성평가를 도입할 것 ▶정량적 목표 도달보다는 연구결과 본연의 가치를 평가할 것 ▶공정성을 이유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평가자에서 배제해 평가의 전문성을 떨어뜨리지 말 것 등을 제시했다.

이우일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정부 부처에 선언문을 전달할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다”며 “다른 대학들과 논의를 통해 최종 선언문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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