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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닻 올린 김수남호(號) ‘특수단’의 행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공공비리와 혈세낭비 등 부패범죄 색출에 주력 예고… 베테랑 특수·공안통 전국에 배치, 총선 전후로 사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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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부패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에 나섰다. ‘중수부의 부활’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김수남 총장의 의욕도 남다르다. 부패 수사의 성공 여부가 ‘김수남호’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1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12층 1202호실. 오후 3시가 되자 30여 명의 기자가 방을 가득 채우고 한 사람을 응시했다. “정치적 중립성 우려가 많은 거 잘 압니다. 하지만 ‘부정부패 한 번 제대로 수사해 보라’는 국민의 기대가 훨씬 많은 걸로 생각합니다.” 이날 공식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인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입을 열었다.

중수부 부활?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부패와의 전쟁’ 나선다

특수단 설치를 과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겪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로 연결하는 시각을 알고는 있으나 반부패 수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말이었다.

김 단장은 “특수단 사무실에서 기자를 보는 건 이게 마지막”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그만큼 진지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보인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김 단장의 발언은 김수남(57·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의 의중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수단은 김 총장이 지난해 12월초 총장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검찰 수사력 강화’의 정점에 서 있는 조직이다. 중수부처럼 검찰총장 직속 수사팀이면서 평소에는 인력이 많지 않지만 일단 수사를 시작하면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받는다. 조직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이 점에서 과거 중수부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이름과 설치 장소만 다르지 중수부와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수사는 ‘공적 영역의 비리’와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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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 공식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 12층에서 수사단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 대상은 무엇일까? 김수남 총장은 2월 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검사장회의에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공공분야 구조적 비리와 재정·경제 분야의 고질적 비리, 전문 직역의 숨은 비리 수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부패와 공공분야의 수사에 특수단의 칼날이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여론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이 엮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예전 중수부처럼 특수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직 검찰 고위간부 역시 “특수단이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검찰을 향한 국민 시선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2012년 중수부에서 진행한 저축은행비리 수사나 지난해 김기동 단장이 이끌었던 방위사업비리 수사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중수부 출신의 현직 부장검사는 “이들 수사는 국민의 공분을 산 부패에 대한 것이어서 ‘과도한 수사’라든지 ‘표적수사’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웠다”고 전했다.

이미 수사단에서는 주영환(46·연수원 27기) 1팀장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한동훈(43·연수원 27기) 2팀장을 중심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에 대한 자료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렇다고 대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를 아예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거액의 횡령이나 탈세 역시 큰 맥락에서는 국익에 손실을 주는 부패범죄 영역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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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수단의 수사는 전방위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총장은 1월 첫 확대 간부회의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6개월 동안 조사도 안 하고 압수물도 돌려주지 않는다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과 수년을 함께 근무한 검찰 간부는 “사건을 폭넓게 보면서 준비를 철저히 해 단시간에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라고 김 총장의 수사 방식을 평가했다.

김 총장 스스로도 취임사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때문에 특수단의 첫 수사 윤곽은 4·13 총선 이후에나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수단의 수사를 전망하는 전직 총장 및 중수부장들은 수사 대상 선정이나 방식에 대해 긍적적 예상을 내놨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든 게 김수남 총장의 과거 ‘경험’이다.

김 총장은 중수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2003∼2004년 중수3과장이었다. 사무실은 서울 서초동이 아닌 마포 공덕동의 서울서부지검에 있었지만 굵직굵직한 수사들을 해냈다. 김 총장은 2003년 3월 인사에서 중수3과장에 임명됐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장을 겸임하던 그는 분식회계로 회사돈을 빼돌린 김태형(60) 전 한신공영 회장 등 9명을 구속했다. 최원석(73) 전 동아건설 회장 등 17명도 재판에 넘겼다. 성원토건과 동아그룹이 숨긴 재산 634억여 원과 160억여 원 등 약 931억원을 찾아내 국고에 환수토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고를 축내는’ 수사들을 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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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반부패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에는 굵직한 정·재계 비리 수사를 통해 잔뼈가 굵은 특수수사통들이 포진했다. 왼쪽부터 김기동 단장, 주영환 1팀장, 한동훈 2팀장.

이보다 김 총장이 더 주목받은 건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댄 사건들이었다. 합동단속반은 2002년 퇴출된 나라종합금융(나라종금) 사건을 2003년 4월 다시 꺼내 들었다. 김 총장이 합류한 중수부 체제에서 한 첫 수사였다. 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부실률이 커서 퇴출된 나라종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라종금 대주주 김호준(57) 전 보성그룹 회장 등이 퇴출 직전, 나라종금에서 약 3000억원을 보성그룹에 불법 대출을 한 게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에 대한 로비 사실도 드러났다.

한광옥(74)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용근(75) 전 금융감독 위원장, 염동연(70) 전 민주당 인사위원 등이 구속됐고, 김홍일(68) 전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51·현 충남 지사)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노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해 칼을 댄 것이다. 그해 말에는 썬앤문 사건을 수사하면서 안 전 부소장을 구속하고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이었던 이광재(51)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살아있는 권력’ 손댄 김수남의 중수부

당시 이를 지켜본 대검 고위 관계자는 “김 총장은 고집이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안대희 중수부장이나 송광수 검찰총장마저 ‘좀 어렵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파고들어 대통령 측근들을 향한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소속이었던 검사는 “고집이 아니라 본래 천성이 그런가 싶더라”고 말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나오면 나오는 대로 사실을 추적해나가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이렇게 수사했다가는 다음 인사 때 ‘물먹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텐데도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비정신이 있는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향후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특수단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으로 중수부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상시 조직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걸 가장 큰 차이로 든다.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현판식을 하지 않은 것도 항간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왜 굳이 특수단과 중수부를 구분지으려 하는 것일까?

2013년 4월 폐지 직전까지 중수부에 붙어있던 ‘표적수사’와 ‘정치적 하명수사’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중수부의 존재감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인해 약화됐다.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중수부는 “정치권의 보복성 수사에 앞장섰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인규(58·연수원 14기) 당시 중수부장과 임채진(64·연수원 9기) 검찰총장이 검찰을 떠났고, 임 총장의 뒤를 이은 김준규(61·연수원 11기) 총장은 중수부에 휴식 령을 내렸다. 김 총장은 “1년 중수부를 쉬도록 하면서 폐지되는 걸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던 중수부는 뜻밖에도 검찰 내부에 분열이 발생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상대(57·연수원 13기)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 폐지론을 꺼내 들었다. 그해 11월 초 고검장들과 회의를 열고 중수부 폐지를 언급했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기자들을 만나 그 사실을 스스로 알렸다. “중수부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김광준(55) 검사의 비리가 터지고 서울 동부지검 검사의 성추문이 이슈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자 한 총장이 꺼내든 카드였다.


체면 구긴 검찰의 명예회복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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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는 2002년 나라종금 로비사건에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사진 위) 등 권력 핵심들을 구속할 정도로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수부 수사를 받던 중 자살을 택함으로써 보복수사 논란과 내분에 휩싸였다가 2013년 4월 폐지됐다.

즉시 검찰 내부의 반발이 나왔다. 한 총장은 당시 최재경(54·연수원 17기) 중수부장이 반발의 핵심이라 판단해 감찰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중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검찰총장의 감찰지시를 반박하는 성명을 내고, 이에 호응해 전국의 특수통 검사들이 항의했다. 결국 한 총장은 대검 간부들의 설득에 못 이겨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검찰엔 큰 상처가 남았다.

이를 계기로 노 전 대통령 서거에도 명맥을 유지했던 중수부는 대선 주자들의 폐지공약 대상이 됐고, 이듬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후보자 시절 선거 공약으로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런 중수부를 부활한다는 건 검찰로서는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3년 만에 무효화시킨다는 자가당착에 직면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검찰 입장에서는 중수부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중수부 폐지 후 주요 특수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서 도맡아 하게 됐다. 대표적 수사는 2014년 1월 첩보가 입수된 포스코 비리 관련 건이었다. 당시 김진태(64·연수원 14기) 총장이 “제대로 수사를 해 보라”는 지시를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냈다. 서울중앙지검에선 특수2부가 나섰다. 그해 3월에는 국세청이 포스코 관련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듯했지만 그해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중수부를 대신해 주요한 특수수사를 대검 차원에서 지휘하던 반부패부의 중심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찾는 데 집중됐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시했던 포스코 수사는 첩보 입수 1년을 넘긴 지난해 3월이 돼서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화됐다. 하지만 수 차례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의혹의 정점에 선 이상득(81)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불구속기소로 가닥이 잡히자 “맥 빠진 수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간에 갈등설도 불거졌다.

지난해 3월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자원 외교비리 수사 역시 검찰의 체면을 구긴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은 이 사건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로 수사의 위기를 맞았다. 강영원(65)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66)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배임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정치권과의 유착의혹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파헤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더구나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 인수로 인해 1조원 넘는 손실을 부른 책임을 물어 기소했던 강 전 사장에 대해 올 1월 8일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그나마 검찰의 성과로 기록될 사안마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이영렬(58·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서서 법원을 비판했다. 이 지검장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안겼고 결국 1조 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됐는데도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일 사건을 놓고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자들 앞에 직접 나서서 판결 결과를 반박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민 세금이 낭비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던 수사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검찰 스스로 타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과 초라한 결과가 이어지자 지난해 가을부터 검찰 안팎에서 ‘중수부 부활론’이 고개를 들었다. 김종빈(69·연수원 5기) 전 검찰총장은 “중수부가 있다면 정치적 논란이 있더라도 부패수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이 직접 지휘하기 때문에 전국 모든 수사자원을 가동할 수 있고, 검찰총장의 경우는 대부분 그 자리가 최종적인 자리란 생각 때문에 지검장보다는 훨씬 더 마음을 굳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박영수(64·연수원 10기) 전 중수부장은 “요즘 수사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건 특수수사를 할 만한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중수부가 과거엔 그런 역할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수사력 약화로 인한 각종 잡음이 중수부 같은 조직 건설의 시대적 요구였다면 김 총장의 과거 중수부 경험은 촉매가 됐다. 김 총장은 지난해 11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수부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 ‘중수부 부활’ 목소리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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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취임 후 그의 구상은 실행으로 옮겨졌다. 취임사에서 김 총장은 “부패사범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을 강구하고,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검찰총장과 중수부장들의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이들 중에선 아예 중수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총장이 강조한 ‘수사력 강화’에 방점을 찍기 위해선 정치적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익명을 원한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이 왜 중립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줄 아느냐”며 “수사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강단 있게 수사해서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나아간다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수부의 오점만 지나치게 부각돼 과거 잘했던 일들은 싹 잊힌 데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검찰 안팎의 조언을 받은 김 총장은 결국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폐지된 중수부란 이름 대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중수부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총장의 입장에서 보면 중수부나 특수단이나 운영하기에 부담 가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워낙 수사도 못한다고 하고, 그 역할도 못한다고 하니 검찰 조직의 존립 근거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뭐든 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런 고민에서 출범한 특수단을 검찰 안팎에서는 ‘제2의 중수부’ 혹은 ‘미니 중수부’라고 부른다. 일단 김기동 단장을 비롯한 주영환 1팀장, 한동훈 2팀장 모두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특수수사통이다.

김 검사장은 2007년 수도권의 대형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에서 최재경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호흡을 맞췄다. ‘제이유 그룹 정관계 로비’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재임 때는 원전비리 수사단장, 2014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때는 방산비리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을 지내며 검찰 특수통의 맥을 이었다. 주영환 1팀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알선수재 사건을 담당했다. 2012년 저축은행합동비리 수사단에도 투입됐다. 한동훈 2팀장은 2003년 ‘최태원 SK 회장 주식 부당거래 사건’을 맡아 최 회장을 구속시켰다. 2006년에는 중수부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수사했다. 최재경 전 중수부장은 “구성 인물들로만 보면 예전 중수부에 비교해 뒤떨어질 게 없다”고 평가했다.

김수남호(號) 검찰의 항해는 부패범죄수사단을 앞세워 전국적·전방위적 사정 수사로 방향을 잡았다.

김 총장은 2월 1일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총선관리 방침을 정했다. 현역 의원이나 당선자가 연루된 사건과 같은 주요 사건을 부장검사가 주임을 맡게 했다. 대형 특별수사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도 부장검사가 맡게 된다. 공기업 자금 유용 행위와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직무 관련 금품수수, 대형 사회간접자본 등 국책사업비 부당증액 및 입찰담합 등의 비리 유형에 전국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방침에 앞서 김 총장은 내로라하는 특수부 및 공안부 출신 검사들을 지방으로 인사발령냈다. 임관혁(50·사법 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부산지검 특수부장으로, 배종혁(49·27기) 특수4부장을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보냈다. 문홍성(48·26기) 방위사업비리합수단 부단장은 대전지검 특수부장에 배치됐다. 백재명(48·26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과 김신(48·27기) 2부장도 각각 부산·대구 지검 공안부장으로 이동했다. 이 자리는 예전에 사법연수원 기수로 치면 2~3기수 후배들이 있던 곳이라 좌천성 인사라는 말도 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검의 설명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방 특수수사도 중요하고 총선을 앞두고 지방 공안수사도 강화해야 한다는 김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통해 전국 단위 수사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지방의 부정부패도 뿌리뽑겠다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 전방위적 사정수사 예고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의혹 사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월 12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됐다가 무혐의 혹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여권 정치인 6명에 대한 고발사건을 1차장 산하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맡긴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3차장 산하에서 수사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바 있다”며 1차장 산하로 넘어간 이유를 설명했다.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2일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69) 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살 당시 남긴 메모에는 현재 재판을 받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 이들 6인의 이름이 적시돼 있었다. 금액도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 불 2006. 9.26 독일 벨기에’라고 적혀 있었다. 이 전 총리와 이병기 실장은 이름만 있었다. 리스트에선 금액이 없었던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생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최근 법원은 이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하며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인터뷰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사를 담당했던 특수부에서도 자체적으로 경남기업의 추가 비리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012년 4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경남기업이 따낸 3층 연립주택 1100여 세대의 32층 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해서 사업 추진 당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이 조합의 시공사 변경을 이유로 사업비 명목으로 지급한 돈과 이자 50억여 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주민들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에게서 받으라”며 맞서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당시 비자금이 만들어져 정치권에 뿌려졌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 문병주·오이석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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