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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보복운전 승합차…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전거 경력 7년차의 자출족 최모씨는 지난달 25일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서울 화곡동 집을 나서 출근길에 올랐다. 한강 자전거도로로 접근하기 위해 강서구 염창 나들목쪽으로 좌회전을 하려는데 뒤에서 승합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진로를 방해했다.

최씨가 차량을 피하며 좌회전을 하자 이 때부터 승합차 운전자의 보복운전이 시작됐다. 승합차는 자전거가 자전거전용도로로 빠져나가기까지 약 150m의 왕복 1차로 도로에서 급정거로 자전거 앞을 가로막고, 이를 피해 추월하려 하자 길 가장자리로 밀어 붙이는 등 수 차례 자전거의 진로를 방해했다.

최씨는 승합차 운전자에게 자전거에 블랙박스가 있고, 계속 방해를 하면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승합차 운전자는 "자전거가 왜 차도로 다니냐"며 "신고할테면 하라"고 말하며 위협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승합차 운전자는 중앙선을 넘어 진로를 방해는 것도 모자라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최씨를 밀어 넘어뜨리려 하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씨는 이날 출근을 한 뒤 이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경찰청 국민제보 사이트인 '목격자를 찾습니다' 에도 신고를 했다. 자전거 출퇴근을 4년째 하고 있는 최씨는 "자동차 운전자와 자잘한 시비는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보복운전은 처음 당해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승합차 운전자의 위협운전은 자전거가 차도를 달리며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마'로 구분되므로 차도로 주행해야 한다. 다만 최씨가 좌회전을 하는 과정에서 1차로 쪽으로 미리 차선을 변경한 것은 법규에 따른 주행은 아니었다.

도로교통법 25조 3항은 자전거 운전자의 교차로 좌회전 요령에 대해 "도로의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서행하면서 교차로의 가장자리 부분을 이용하여 좌회전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의로 급제동과 진로방해, 길 옆으로 밀어붙이기를 한 승합차 운전자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차량이 아닌 자전거다. 조금만 충돌이 있어도 훨씬 심각한 신체적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최근 보복운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심각성이 제기되면서 그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과거에는 도로교통법상의 벌금형에 그쳤지만 이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최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보복운전이 실제 사고로 이어져 피해자가 다치거나 숨진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치사상죄가 적용돼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살인미수죄'를 적용한 판례도 있다.

강서경찰서는 자전거 운전자 최씨가 제보한 영상을 근거로 차량 번호 조회 및 소유자 통신자료 확인을 통해 피의자 강모(41·남)씨를 지난 8일 검거해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을 수사한 강서서 교통과 노관영 경감은 "보복운전은 특수폭행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더구나 보호장비가 열악한 자전거를 상대로 한 보복 운전은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날씨가 풀리면서 출퇴근이나 취미생활 목적의 자전거 이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 양보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성룡 기자 영상=강서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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