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책은 타이밍” …인하 여운 남긴 이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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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리 정책도 타이밍”이라며 “지금처럼 대외여건이 불확실할 때 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금리 인하를 단행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에선 ?4~5월 인하 가능성?
최근 한국경제 둘러싼 변수 복잡
경기 낙관론에 동결 장기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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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월 기준금리를 연 1.5%로 유지했다. 9개월째 동결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여지를 남겼다. 금리 동결과 인하 선택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하는 모양새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이날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 의견을 2개월 연속 제시했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한 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변수가 너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중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은 경기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는 최근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올라 저유가 기조에서 벗어난 조짐이다. 하지만 악재도 여럿 있다. 중국의 2월 수출이 전년 대비 25.4% 급감하며 여전히 부진하다. 일본과 유럽 역시 돈을 잇따라 풀었음에도 경기 호전세가 미약하다. 세계 경제의 여러 변수가 뒤섞여 글로벌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달러화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다. 실제 이런 영향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치며 지난달 25일 달러당 원화가치는 1241원까지 떨어졌다. 석 달 전인 지난해 11월 26일(1149원)보다 8% 낮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데다 북한 리스크까지 커져 자본유출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당장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이후 1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일본은행(BOJ),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줄줄이 예정돼있는 것도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부가 경기 ‘낙관론’을 들고 나오면서 금리 동결 시기가 오래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부처 내 간부회의를 통해 “봄이 오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기준금리를 인하해 정부의 부양책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희미해진 것이다.

금통위원 인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금통위원 7명 중 4명(하성근·정해방·정순원·문우식 위원)의 임기가 다음달 20일 끝난다. 4월 금통위는 이들의 임기 만료 하루 전인 19일에 열린다. 전성인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금통위원들이 금리 동결 기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공을 새 멤버에게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를 늦췄을 뿐 이르면 2분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진한 경제 지표가 그 근거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2%로 떨어졌다. 1월 소매 판매도 한 달 전보다 1.4% 떨어졌다. 수출 부진이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1월에 이어 2월 소비나 설비투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고채(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동결 조치 영향으로 전날(1.47%)보다 다소 오른 1.5%에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부진이 애초 예상보다 깊게 이어지고 있다”며 “4~5월께 한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고 추가 인하 여력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다음달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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