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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제주도 전기차 일주 1박 2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는 ‘전기차’(EV)의 해입니다.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 ‘아이오닉’, 기아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전기차를 각각 선보일 계획입니다. 도요타 ‘프리우스’나 BMW ‘i3’ 같은 국산차 최초의 친환경차 전용 모델이죠. 전기차 돌풍을 몰고 온 미국 테슬라도 국내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최대 격전장은 단연 제주도입니다. 지난해까지 제주도에 보급한 전기차는 2368대.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 중 제주도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49%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충전 인프라도 곳곳에 깔렸습니다. 지난해까지 2516개 충전기(급속 337기, 완속 5209기)를 설치했습니다. 이달 18~24일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립니다.

때마침 전기차 관련 이슈도 불붙었습니다. 다음달부터 그동안 무료였던 전기차 충전 요금이 유료로 바뀝니다. 지난해까지 환경부가 전담했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을 각 제조사가 맡게 되면서 자동차 메이커도 바빠졌습니다. 전기차 ‘원년’을 맞아 지난 6~7일 한국GM ‘스파크 EV’를 타고 제주도를 달린 이유입니다. 주행 성능은 어떤지, 충전은 어떻게 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J가 타봤습니다.

제주=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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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제주공항에서 스파크 EV가 기자를 맞았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전륜구동 경차입니다. 전기모터를 얹어 최고속도 시속 145㎞를 냅니다. 가격은 3990만원(보조금 제외하면 20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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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둘레를 ‘EV’란 글씨와 전기 코드 무늬로 둘러싸 전기차란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네요. 차를 넘겨 준 한국GM 관계자는 “한 번 완충하면 128㎞까지 달릴 수 있다. 충전기는 충분히 깔려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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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탔습니다. 전기차 답게 계기판과 시트 곳곳을 푸른색으로 덧씌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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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을 들여다봤습니다. 왼쪽엔 초록색으로 꽉 찬 건전지 모양 표시와 함께 ‘123㎞’란 숫자가 떴네요. 현재 전기로 달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일반 자동차의 연료 측정계라고 보면 됩니다. 오른쪽엔 엔진 분당 회전수(RPM) 대신 kW(킬로와트) 표시가 적혀있습니다. 시동 버튼을 꾹 눌러봤습니다. ‘부르릉’ 하는 소리 같은 건 없습니다. 전기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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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제주공항→함덕→성산일출봉→섭지코지→서귀포→제주국제컨벤션센터→산방산→협재→애월→제주공항으로 이어지는 176㎞ 길이 해안 일주도로였습니다. 중간에 신제주~서귀포를 오가느라 한라산 줄기를 두 번 가로질렀더니 약 140㎞를 더 달려 총 314㎞를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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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까지 쉬지 않고 해안도로를 내달렸습니다. 곳곳에 핀 유채꽃이 ‘제주의 봄’을 실감케 했습니다. 차 없는 도로에서 잠깐 멈췄다 가속 페달을 꽉 밟았습니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9초. 전기차 답게 소음은 못 느꼈습니다. 좀 더 밟자 순식간에 속도계 눈금이 시속 140㎞까지 올라갔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오른쪽 kW 눈금이 위로 올라갔습니다. 일반 자동차로 치면 연비죠. 이 차는 1kWh(킬로와트시)의 전기로 6㎞를 달릴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꽉 밟으니 미세한 ‘지잉’ 소리와 함께 눈금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회생제동’(回生制動) 기능입니다. 속도를 줄일 때 발생하는 마찰 에너지를 다시 전기 에너지로 충전하는 식입니다. 주행 가능거리가 100km 쯤 남았을 때 브레이크를 많이 밟았더니 순식간에 110㎞로 늘어났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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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 기아차 ‘쏘울’, 닛산 ‘리프’, BMW ‘i3’ 같은 전기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주도는 100% 충전했을 때 보통 100~15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특성에 딱 맞는 크기(면적 1848.5㎢)의 섬입니다. 유독 오르막ㆍ내리막길이 많습니다.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선 그만큼 ‘회생제동’이 많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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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쪼름한 바다 내음에 취해있을 때쯤,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계기판에 경고 메시지가 떴습니다. 주행가능거리가 30㎞ 남았을 때였습니다.
‘배터리 전력이 부족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라디오의 전원을 끄시겠습니까’
올 게 왔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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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남았을 땐 왼쪽 건전지가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무시하고 달렸습니다. 16㎞쯤 남자 ‘차량 충전 필요’란 메시지가, 12㎞ 남자 ‘추진력 감소됨, 스포츠 모드 작동불가’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제야 차를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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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켰습니다.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정보시스템’(ev.or.kr) 사이트에 접속해 충전소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제주도 어디에 충전기가 있고 사용중인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제주도에만 환경부에서 설치한 급속 충전기가 49기입니다. 민간에서 설치한 것까지 포함하면 100여 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급속 충전은 완충하는데 20~30분, 완속 충전은 완충하는 데 6~8시간 걸립니다. 한 마디로 주행 중 잠깐 필요할 땐 급속 충전, 집에 세워뒀을 땐 완속 충전하란 얘기입니다. 가까운 급속 충전소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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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했습니다. 2대까지 충전할 수 있는데 옆에선 르노삼성차 SM3 ZE 전기차가 충전 중이었습니다. 이 곳은 18일부터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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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사면 주는 카드를 대고 화면에 뜬 지시에 따라 충전을 진행했습니다. 주유 노즐 대신 전기 코드 같은 코드를 들고 차량 ‘충전구’를 열었습니다. 코드를 꽂자 ‘딸깍’ 소리가 났습니다. ‘지이잉’하는 큰 소리가 급속 충전을 실감케 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30분. 일분일초가 바쁜 한국 사람에겐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분 뒤 돌아오자 화면엔 ‘30L 주유’ 같은 메시지 대신 ‘충전 전력 11.98kWh’가 떴습니다. 요금은? 무료입니다. 한 마디로 전기차를 사면 지금껏 연료비 걱정은 안해도 됐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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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가능 거리가 132㎞로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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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서귀포~신제주 구간을 왕복했습니다. 중간에 전기차 콜센터(1899-8852)에 들렀습니다. 가장 많은 불만사항은 뭐냐고 물었죠. “여름엔 잘 달리는데 겨울엔 배터리가 문제”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기차인 만큼 배터리로 달리는데 한겨울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최대 주행거리가 많게는 50%까지 확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애프터서비스(AS)도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육지’에서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애로점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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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다시 들러 충전을 했습니다. 이달 말부터 충전 요금이 유료로 바뀝니다. 한국GM은 국내 운전자 일 평균 주행거리(33㎞) 기준을 적용했을 때 월 2만5000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가정에서 완속 충전을 전혀 하지 않고 급속 충전만 했을 경우입니다. 전기차는 여전히 경제적이란 얘기죠.

해변을 달리며 햇빛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더니 주행 가능거리가 쭉쭉 떨어졌습니다. 10㎞쯤 달렸는데 주행 가능거리는 30㎞가 떨어지는 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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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총 주행 거리는 314㎞. 주민센터, 호텔, 농협이나 주요 관광지마다 충전소가 있어 불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차량을 반납하는데 ‘한동안 전기차 탈 일 없겠다’고 생각하니 아쉬웠습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상용차 10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제주도는 세계에서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됩니다.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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