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탄두 소형화를 언급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9일 김 제1위원장이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하며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펴보는 사진을 실었다.
노동신문에 KN-08과 탄두 사진
“핵으로 먼저 냅다 칠 것” 위협도
조립 중인 ‘KN-08’ 4~5기와 함께 그 탄두 부분의 내부 설계도도 흐릿하게 처리해 보도했다. KN-08은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북한이 개발해 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관련 핵탄두와 내부 구조까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은 김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분야의 과학자·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제1위원장이 “전술 및 전략 탄도로켓전투부들에 핵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병기화 연구 정형에 대한 해설을 듣고 핵탄두의 구조작용 원리를 료해(이해)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핵탄두와 관련해선 “우리 식 혼합장약(폭약) 구조로서 열핵반응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전개될 수 있는 합리적인 구조로 설계된 핵탄두가 대단하다”며 “핵 선제타격권은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미제가 우리의 자주권 을 핵으로 덮치려 들 때는 핵으로 먼저 냅다 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그러나 김정은의 현지지도 장소나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예로 보면 하루 전인 8일일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를 발표한 날이다.
◆북한, 핵탄두 보유 사실인가=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은 내폭형 핵폭발장치다. 내부에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등 핵물질을 담고, 핵폭발을 일으키는 장치인 기폭장치가 결합된 형태다. 이를 미사일 윗부분에 탑재하면 핵탄두가 된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 가능성에 대해선 판단이 엇갈린다. 이날 공개된 사진이 실물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핵실험 이후 2~7년이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은 이미 10년 전인 2006년 1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핵탄두가 실물이라면 직경 56㎝ 정도, 무게는 500~700㎏으로 보인다”며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다. 소형화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관련 군사전략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차두현 연구위원은 “‘혼합장약’이란 표현을 쓴 것은 순수한 수소탄이 아니라 삼중수소 등을 추가하는 증폭분열탄 정도 수준”이라며 “실제로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관련 핵실험을 한 번 더 실시하는 게 과학적으로 옳은 수순이다. 이번에는 대외적으로 핵 위력을 과시하겠다는 제스처”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북한 김정은 "핵탄두, 임의의 순간 쏠 수 있게 준비해야"…대북 제재 강력 반발
② 미사일 생산 추정되는 공장…김정은, 유엔 보란 듯 시찰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소형화 주장을 묵살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금까지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 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도 8일(현지시간) “북한이 탄두를 소형화하는 능력을 실증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진의 진위와 상관없이 북한의 소형화 기술은 상당 부분 진보하고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의 판단이 일치한다. 차 연구위원은 “첫 핵실험(2006년) 뒤 기술적 진보 속도를 보면 5년 안에는 소형화 탄두 탑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사 출신 안보 전문가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핵폭탄의 표준화·규격화를 언급한 것은 앞으로 대량생산까지 계획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