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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부동산, 매매가보다 수익률 따져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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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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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외국계 부동산 투자가는 숫자로 집을 산다고 한다. 실물을 보지 않고 거래 금액과 임대료를 비롯한 임대사업의 대차대조 관련 수치를 보고 매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리다.

 우리는 현장을 보고 실내 채광이 제대로 안 된다든가 구조가 좀 불편하게 돼 있다면 설령 가격이 좀 싸더라도 매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외국 투자자는 수익률만 좋으면 그 정도의 문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직접 거주할 집이 아니면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의 투자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당연히 수익이 좋은 부동산을 선택해야 한다. 가치가 있으니 그만한 수익이 나온다는 얘기다. 수익률이 좋으면 매매도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같은 동네 주택은 가격 등락폭이 비슷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을 좋은 상품으로 꼽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임대수익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수익환원법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가격 등락 여부도 체크하지만 수익률이 높으면 주택값도 더 오를 것으로 평가한다.

  수익환원법은 수익이 얼마냐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이 방식을 토대로 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의 거래 사례를 보고 판단하는 사례비교법을 통용하는 편이다. 주택의 경우 그동안 월셋집이 많지 않아 수익환원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그랬던 모양이다.

 서울 여의도와 대방동, 목동권 아파트를 비교해보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60㎡는 호가기준으로 매매가는 5억9000만원이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90만원이다. 대방동 주공 58㎡규모는 매매가 3억5500만원에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60만원, 목동신시가지 14단지 55㎡는 매매가 4억6000만원, 보증금 1억원에 월 70만원이다.

 수익률이 높은 순서는 대방 주공 3.5%, 목동아파트 2.3%, 여의도시범 1.9%순이다. 수익률을 감안할 때 대방 주공을 빼고는 투자성이 떨어진다. 이자가 싼 대출을 이용할 경우 수익률은 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수익 구조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앞으로 어느 아파트값이 더 많이 오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아마 투자대상을 꼽으라고 하면 재건축이 기대되는 여의도를 우선 지목하지 않겠나 싶다. 앞으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투자성이 더 떨어지게 돼 있어 수익률이 낮은 곳은 손을 대지 않는 게 현명하다. 주택시장이 월세 위주로 바뀌면 수익을 따져 투자가치를 판단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수익환원법을 활용한 투자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소리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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