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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테크] 3억원짜리 집 월 수령액, 60세 68만원 70세 97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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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70대 이모씨는 2013년 8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그도 평소엔 “훗날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은 집 한 채가 전부”라는 생각에 주택연금 가입을 꺼렸다. 그러나 “언제가 될지 모를 미래에 유산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당장 부모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는 자녀들의 말을 듣고 결심 했다. 당시 이씨의 집 담보가치는 4억5000만원이어서 2013년부터 월 144만3300원씩을 연금으로 받고 있다.

반퇴세대 최후 보루, 신청 증가
부부 중 한 명 60세 넘으면 해당

 반퇴세대의 노후 대책에 마지막 보루는 ‘내 집’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전세나 대출을 끼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반퇴세대인 50대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3억9959만원인데 비해 금융자산은 1억 1235만원에 불과했다.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4%에 달한다. 실물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유동화하는 방법 중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방식이 주택연금이다.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건수는 6486건으로 1년 전보다 28.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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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연금은 정부의 지원과 보증을 통해 시중 은행에서 받을 수 없는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다른 대안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사람이라면 자산을 유동화하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집에서 계속 살면서 부부가 둘 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고 가입주택에 대해 재산세 25% 감면 혜택도 볼 수 있다. 또 집값에 비해 연금을 충분히 수령하지 못했다고 생각될 땐 자녀가 대출을 정산한 뒤 집을 상속하거나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활용법을 잘 알아야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주택연금 활용법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기존 주택에 대출금이 남아있는데,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나.
“주택연금에서 일시 인출한도만큼을 대출받아 기존의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4월부터는 이 한도가 현행 50%에서 70%로 오르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인출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 단 일시 인출 금액이 많을수록 월지급금은 줄어든다. 적용되는 대출금리도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일시 인출을 위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집값의 1.5%를 초기 보증료로 내야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월지급금을 받는 게 유리하지 않나.
“주택연금은 연금 개시일이 늦어질수록 기대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월지급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예를 들어 3억원 집으로 60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월 68만원을 받지만 70세부터 받으면 9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일시대출금도 60세엔 6270만원을 받은 뒤 월 34만원씩을 받지만, 70세부턴 8250만원을 대출 받고도 월 48만원씩 받을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가입 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신정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은 “월지급액이 낮더라도 기대 수명을 알 수 없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한 번이라도 연금을 더 챙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결국 부부 양쪽의 기대 수명과 기타 연금과의 배분 등을 고려해 연금 수령 시기를 조절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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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나이는 상관없나.
“이달 말부터 주택 소유주에 상관없이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가 넘어도 가입이 가능해진다. 단 주의할 것이 있다. 가입 당시에 부부였다 할 지라도 연금 가입자의 사망 시점에 배우자와 이혼한 상태라면 배우자가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주택연금에 가입했는데 집값이 오르면 손해 아닌가.
“주택은 부부 사망 시까지 가입자 소유다. 이 때문에 부모님이 두 분 다 사망한 시점에 주택 가격이 오르거나 부모님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셔서 연금을 집값만큼 수령하지 못한 경우엔 주택금융공사와 정산을 하면 된다. 그동안 부모님이 받은 일시 대출금과 월 지급금, 대출 이자, 보증료를 갚으면 집을 상속 받거나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 수령 기간이 길거나 집값 상승분이 크지 않을 경우, 세금 문제를 고려해 상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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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의 주택 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건 아닌가.
“한국감정원 인터넷시세→KB인터넷시세→국토교통부 주택공시가격→한국감정원 감정평가액 순으로 적용한다. 단 가입자가 원하면 한국감정 감정평가액을 최우선으로 적용 가능하다. 만약 주택연금까지를 내다보고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세대·빌라보단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환금성과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아파트가 다세대·빌라보다 주택 가격 책정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가 죽을 때까지 그 집에서 살아야 하면, ‘가택연금(家宅軟禁)’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주택연금에 가입한 집에서 살다가 이사를 가도 상관없다. 단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의 가격 차이로 담보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담보 가치가 낮은 집으로 가는 경우, 차액을 상환받는 대신 월지급금은 감소한다. 이에 비해 담보 가치가 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보증료를 추가 납부하는 대신 월지급금이 상향 조정된다.”
주택연금을 받는 것보다 주택을 처분하고 상가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신정한 팀장은 “세입자와의 감정 노동과 부동산 가격에 대한 리스크, 관리비와 세금 부담 등을 감안하면 상가에 비해 주택연금이 안정적인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택연금이 만능 노후 대책인 것은 아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연금은 화수분이 아니라 집의 가치 내에서 나오는 돈이 한정돼 있는 상품인 만큼 최후의 방편으로 삼아야지 주택연금만을 믿고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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