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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4000억원 운용보다 4000원 반찬가게가 재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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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 연 기업 투자 전문가 김석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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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한 투자회사 선배가 절 보며 4000억원을 만지다 4000원이 돈으로 보이느냐 묻더라고요. 당연하죠. 오히려 4000원이 더 재미있어요. 그대로 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거든요.”

 자신을 ‘반찬가게 김씨’라 부르는 김석헌(53) ‘셰프찬’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기업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는 금융인이다. 그런 그가 새로 시작한 게 지난해 8월 옥수동에 문을 연 반찬가게 ‘셰프찬’이다.

 그는 20여 년간 전문 투자자로 일하며 ABN암로증권 서울지점의 투자은행부문 대표, CVC 아시아퍼시픽 서울 지점 대표 등을 지냈다. 뛰어난 투자 실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 그가 반찬가게를 낸다고 했을 땐 주변에선 의아했다.

 그러나 그의 투자 이력을 살펴보면 반찬가게가 의아한 선택이 아니다. 금융인 시절 그의 투자철학은 ‘생로병사 의식주’ 일곱 글자 안에서 투자한다는 것이었고, 음식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한동안은 국내에선 음식 산업이 투자 대상으로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에 비해 식사시간에만 가게에 손님이 있고 너무 유행 주기가 짧아 장기 투자에 부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오랜 관찰 끝에 그는 평균 객단가가 3만원을 넘지 않고, 경기가 안 좋을수록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기 방어적 외식사업의 투자 효율이 가장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찬가게는 그 기준에 딱 맞는 업종이었다. “반찬가게는 쉬는 시간이 없고 문을 열고 있는 내내 장사를 할 수 있지요.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시간이 3분 정도로 짧아 효율적이고요.”

 재료는 되도록 국내산을 사용하고 MSG는 피하고 15년 이상 경력의 한식 셰프에게 주방을 맡겼다. 처음 4개월은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기본 반찬 40여 가지면 충분할 거로 생각했던 예상도 틀렸다. 늘 같은 반찬만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질려 했다. 그래서 늘리다 보니 지금은 230여 가지의 반찬을 만든다. 이 중 매일 가게를 채우는 건 80여 가지고 20~30%는 매일 바뀐다. 특히 국이나 샐러드는 매일 메뉴를 달리한다. 당일 판매되지 않은 음식은 폐기한다.

 제철 식재료 사용도 중요하다. 제철 재료는 맛도 좋지만 원가도 낮다.

 양복을 차려입고 임원실에 앉아있던 그는 요즘 직접 배달을 나간다. 포장지, 반찬 용기 하나하나 직접 방산시장을 뛰어다니며 찾았다. 반찬가게는 오픈 6개월 만에 인근 강남 지역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퀵서비스를 통해 주문하는 사람이 생겼다. 매출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부터는 웹 사이트 ‘마켓컬리’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그냥 반찬가게가 아닌 한국형 델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 안에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파트너들과 반찬가게와 정육점, 빵집, 채소가게가 함께 하는 복합 매장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만난 사람=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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