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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에게 사랑받지" 교수들의 성차별 발언 여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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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편네가 20대엔 참 예뻤는데, 40대 되어서 애 낳고 개판 됐을땐...”

우리 여학생들이 긴 머리가 있으면 뒤로 넘기잖아. 그 때 머리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이 소설 속 인물은 요즘 말로 하자면 소위 된장녀죠.”

소설 속 한 구절이 아니다. 대학 수업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는 새학기를 맞아 1주일간 인터넷으로 ‘고려대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여성 혐오 발언’을 모아 교내 곳곳에 대자보로 게시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대자보에는 여성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처럼 포장해 성희롱 하는 발언이나, 여성의 능력을 비하하는 발언, 여자는 예쁘고 다소곳해야 한다는 발언 등 성차별 발언 18개가 실렸다.

석순이 공개한 발언들 중에는 “여학생들 유고 결석(생리공결) 있죠? 너무 자주 쓰시는 것 같은데, 악용하지 마세요. 딱 학기에 한 번만 허용하겠습니다”라거나 “**야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좀 해봐” 등이 있었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되어 있어”, “여자는 똑똑하면 남자한테 인기가 없어. 내가 선을 보러갔는데, 여자가 검사였나 그랬는데 말을 진짜 많이 했어. 조금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한테 사랑받지”, “여자들은 똑똑해질수록 눈이 너무 높아져서 배우자의 풀(pool)이 좁아지잖아”등의 차별 발언도 눈에 띄었다.

(역사의 흥망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차피 모든 흥했던 것들은 망한다고. 수지도 어차피 늙는다니까?”라거나 동료 여교수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여자는 성격이 왜 그러지? 남편 직업이 그 분야라 닮는건가?”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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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원윤리규정은 교원이 성별 등을 이유로 다른 교원이나 학생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원·학생에게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해서는 안되고 이를 묵인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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