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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납품 시켜주겠다”며 가로챈 돈, 주식으로 날린 전 육군 소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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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포토]

군 부대 납품이나 공사 계약 등을 해주겠다고 속여 업자들로부터 10억여원을 뜯어낸 전직 육군 소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보기관 팀장 등을 사칭해 군 부대에 식자재를 납품하거나 공사 계약을 맺도록 도와주겠다는 등 피해자 4명으로부터 총 10억21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전직 육군 소령 김모(46)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김씨는 육군 모 사령부 지원통제과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4월, 식자재 납품업을 하는 A(54)씨에게 접근해 “군납 닭고기 납품 대행을 맡은 축협에 투자하면 매년 투자금의 60~65%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 2억원을 가로챘다.

2014년 2월에는 다른 부대 보급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기공사업자 B(46)씨를 만나 자신을 국정원 팀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새로 이전하는 정보사령부의 전기공사 하청을 주겠다”며 계약보증금과 접대비 명목으로 1억9600만원을 받아챙겼다. 같은해 10월에는 통조림 식품 가공·판매업체 관계자 C(43)씨에게 “수의계약으로 부대에 납품계약을 해주겠다”고 속였다. C씨는 계약보증금 등으로 3억1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

이밖에도 김씨는 지난 2013년 8월 자신이 살던 동네 친목계원에게 ”집 구입 비용을 빌려달라“며 3억1500만원을 빌렸지만 이 역시 갚지 않았다.

김씨는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보증서를 직접 위조하거나 공사 설계도면을 유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20여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주로 보급 업무를 담당해 군납업체 선정 과정 등 실무에 능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렇게 해서 모은 돈 10억2100만원 대부분을 주식 투자에 썼다. 그는 2009년부터 은행 대출을 받아가며 주식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다. 이후 지인들로부터 업자들을 소개받아 이번 범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번에 가로챈 돈 역시 모두 손해를 보게 됐고 주식 통장 잔고는 다시 0원이 됐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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