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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퇴테크] 노후 대비, 계좌 89만 건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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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일주일(5영업일) 동안에만 무려 89만 건의 ‘은행 갈아타기’가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은행 창구에서도 자동이체 계좌를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3단계가 시행된 결과다. 이전 2단계 때 넉 달 동안 전용 사이트(페이인포)를 통해 이뤄진 변경건수(48만 건)를 단 3영업일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이자 0.5%P라도 더 받자”
1주간 창구 통해 은행 갈아타

정부 당국자조차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이라며 놀랄 정도다.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인터넷 이용이 익숙지 않아 주거래 계좌를 바꾸지 못했던 50세 이상 중장년층 고객(42% 차지)이 은행 창구를 통한 ‘머니 무브(Money Move)’를 주도했다. 각 은행이 0.5%포인트 안팎의 예금 우대금리와 같은 혜택을 내걸자 기꺼이 주거래 은행을 갈아탔다.

초저금리 시대, 조금이라도 나은 우대금리와 세금 혜택을 찾아 반퇴세대의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비과세 해외펀드에 관심이 쏠린 것도 같은 이유다. 펀드에 편입된 해외주식의 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최대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1만1643개의 비과세 해외펀드 계좌가 개설돼 282억원이 투자됐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글로벌배당인컴펀드’(28억원)와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베트남그로스 펀드’(13억원)가 인기였다. 최근 지수가 크게 떨어진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도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돈의 이동이 활발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제대로 수익을 낸 자산이 사실상 하나도 없다”(정원기 KEB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 지점장)고 할 정도로 시장은 안갯속이다.

투자자들은 저금리·저성장·저물가의 시장 상황을 받아들이고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차은주 삼성생명 WM사업부 차장은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자산을 다변화해 조금씩 수익률을 모으고 세금을 줄이는 투자로 노후를 준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겨냥한 금융 신상품도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14일 은행·증권사가 출시할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대표적이다.

다음달부터 판매될 ‘내집연금 3종세트’도 노후 대비를 위한 신상품이다. 이런 금융 신상품을 잘 활용하려면 금융IQ를 높여야 한다.

이미 주식 매매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주식형 펀드를 굳이 ISA 바구니에 넣을 이유는 없다. 절세상품도 세금 혜택과 수수료를 잘 비교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탁형 ISA에 가입해 안전자산으로 돈을 굴리도록 한다면 절세액과 신탁수수료를 따져봐야 한다. 자칫 배(절세액)보다 배꼽(수수료)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며 “고령화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금융상품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금융 독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반퇴세대를 위한 재테크 전략인 ‘반퇴테크’ 시리즈가 이번 주부터 경제섹션에 연재
됩니다. 이제까지 반퇴세대의 자산 형성을 위한 ‘숲’을 조망해 봤다면, 앞으로는 ‘나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반퇴테크 자문단 :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 연금본부장 ,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 , 문진혁 우리은행 세무팀장 , 김동엽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이사 ,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한애란·박성우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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