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드는 순간 부동산 시장 붕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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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31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금만 둘러봐도 “한국 부동산이 일본 꼴 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부동산이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논리는 아주 심플하다. 일단, ‘강남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데, 어떻게 더 유지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그리고 ‘일본처럼 인구가 줄어들면 집을 구입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인다.


첫 번째 주장을 조금 더 뜯어보면 허점이 한둘이 아닌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명목 가격이 아니라 같은 시기의 부동산 가격이 당시의 물가 수준에 비해 어떤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압구정의 모 아파트(35평 기준)는 1990년 3억3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말의 가격은 16억원 전후다. 25년간 485%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버스 요금은 170원에서 1200원으로 705.9%나 상승했다. 다시 말해 버스 요금 같은 생활 물가에 비해 강남 아파트의 실질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부동산, 특히 강남 등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의 인구가 줄어드는 순간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다는 두 번째 주장에는 더 극적인 허점이 있다. 스웨덴·핀란드·일본·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인구가 이미 감소세에 접어들었거나 혹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주요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일본만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즉, ‘인구가 줄어들면 부동산이 붕괴된다’고 주장하려면 다양한 나라에서 일관되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일본이 예외적 사례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최근에 출간된 책 『부동산의 보이지 않는 진실』에서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 영국이나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리를 내리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는데, 90년대 초반 일본은 정반대 행동을 취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던 90년 160만 호의 주택을 공급했는데,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 5년이 흐른 96년에도 여전히 160만 호의 주택을 공급했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모든 상품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90년대 초반 일본은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리는 정책만 집중했던 셈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정책당국이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특히 돌발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 원칙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큰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옆 나라의 사례를 생생하게 보면서,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할 가능성이 작아졌으니 말이다.


홍춘욱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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