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돈대’에 새겨진 역사를 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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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연작 사진 ‘망월돈대 강화도 2015’ 앞에 선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 [사진 일우스페이스]

글 잘 쓰는 사진가 이상엽(48)씨는 ‘기록’에 목숨을 걸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으며 그는 쓴다. “다큐는 ‘기록’인데 어원을 찾아 가면 ‘교양’에 가깝다.” 사건 현장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몸살을 앓는 그는 기록하는 자가 숙명적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슬픔을 적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들의 얼굴을 갖고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나는 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상엽 ‘일우사진상’ 수상기념전

 현장과 사회를 천착해 쌓인 사진은 저절로 역사가 되었다.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기념전 ‘변경의 역사’는 이상엽 사진 파일에 차곡차곡 모인 인간사의 점들이 연결점을 찾으며 무르익음을 보여준다. 채집 사진이 해석의 힘을 얻어 단단하게 빛나고 있다.

서울 서소문로 일우스페이스에 내걸린 30여 점 사진은 강화도 옛 방어진지인 ‘돈대’가 주인공이다. 조선의 변경이었던 강화도는 1871년 조선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신미양요 때 침공 당해 완패했는데 당시 돈대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54곳 돈대 대부분은 사라지거나 산 속에 있는데 그들 하나하나를 찾아 이어보니 유적의 역사가 오늘 우리의 초상화가 되었더군요.”

 ‘망월돈대 강화도’ 3장 연작에 그는 요즘 변경의 풍경 얘기를 썼다. “돈대 앞이 분주하다. 경계도 해야겠고, 관광사업도 해야 한다….” 땅들의 충돌을 지켜보며 작가는 어둡고 고통스런 한국 현대사를 추모한다. 전시는 30일까지. 02-753-6502.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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