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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과 대북 관계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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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햇볕정책’이란 표현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닌 햇볕의 따뜻함이었다는 이솝 우화의 교훈에서 따온 말이다.

햇볕정책은 ‘평화, 화해,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도발 불용의 원칙’ ‘흡수 통일 배제의 원칙’ ‘화해·협력 적극 추진의 원칙’이라는 3원칙 아래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개발사업 등은 이런 정책 기조 아래 이루어졌다.

이후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대북 관계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2013년 2월 3차 핵실험과 166일간에 걸친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큰 위기가 있었음에도, 남북은 대화의 끈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는 직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급변했다.

지난달 16일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공식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6년 11월 ‘서초포럼’ 연설에서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은 완전 실패”했으며, 포용정책이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인 “레드라인을 정해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지금의 대북 강경 노선은 박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