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가 추진하는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주거단지 전락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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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글로벌테마파크가 대규모 주거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경남도가 정부의 ‘복합리조트 조성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뒤 독자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투자자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어서다. 경남도가 이 같은 사업계획을 변경해 주거지를 대폭 줄이지 않는 한 ‘테마파크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남도는 “정부의 복합리조트 사업에 탈락한 것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글로벌테마파크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29일 밝혔다. 글로벌테마파크의 13개 테마 가운데 복합리조트 탈락으로 유치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애초 글로벌테마파크에 투자키로 한 부영그룹이 주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비와이월드는 지난해 11월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에 공모했다. 이때 제출한 투자 계획서에는 테마파크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것이 포함돼 있다.

경남도 등에 따르면 비와이월드는 전체 사업면적(217만㎡)의 60%인 130만㎡에 1만4500가구의 주거단지(주거시설 771㎡, 기반시설 531㎡)를 개발하는 것으로 돼 있다. 테마파크 51만㎡, 카지노 리조트(외국인 전용 카지노 + 호텔 + 컨벤션홀) 7만㎡, 복합 아웃렛 8만㎡ 등 휴양·관광단지는 전체의 40%인 87만㎡에 지나지 않는다.

사업비 기준으로도 휴양·관광단지는 전체 사업비 5조1000억원 가운데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투자자인 비와이월드가 주거단지 비율을 크게 낮추지 않으면 ‘테마파크 조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주거단지를 크게 줄이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 관계자는 “주거용지 등의 개발방향에 대해서는 경남도 계획에 따라 검토할 사항이다. 현재로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2013년 초부터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해 왔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내 283만8000㎡에 테마파크·워터파크·6성급 호텔·카지노·영화관·골프장·콘도미니엄·해양레포츠 시설 등을 갖추기로 했다. 사업 추진 초기에는 주거단지 계획이 없었다. 그러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면서 대규모 주거단지 계획이 포함됐다.

경남도는 복합리조트에 공모할 때까지 이런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강조했다. 당시 경남도 미래산업본부장이던 조규일 현 서부부지사는 “국내외 관광객 유치 효과 연간 1000만 명 이상, 생산유발 11조 8000억 원, 고용 유발 11만 명 등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학석 경남도 공보관은 “비와이월드가 정부에 제출한 제안서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사업계획은 부영그룹과 조율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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