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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50야드 늘리려면 618억원 내라” 암초 만난 오거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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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해마다 개최하는 명문 코스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측이 코스를 늘리기 위해 골프장 주변의 땅을 사들이려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땅을 소유한 이웃 골프장 측이 거액을 부르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멘코너 13번홀 쉽다’ 평가에
거리 늘리려 옆골프장과 협상
100만 달러 제안에 50배 요구
2700만 달러로 다시 제안

 미국의 골프위크는 28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13번홀의 전장을 50야드 늘리기 위해 이 골프장과 맞붙어 있는 이웃 골프장(오거스타 컨트리 클럽)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오거스타 내셔널 측이 100만 달러(약 12억3000만원)를 제안한데 비해 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 측은 50배인 5000만달러(약 618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제안을 오거스타 내셔널 측이 받아들인다면 1야드를 늘리기 위해 100만 달러(약 124억원)를 써야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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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골퍼들의 샷거리가 늘어나면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측은 이제까지 여러차례 전장을 늘렸다. 특히 2001년 타이거 우즈(40·미국)가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한 이후 코스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거리 늘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는 전장이 7445야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 홀은 손을 대지 못했다. 파5홀인데도 거리가 510야드로 짧은 편이어서 공략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평균 타수는 4.55로 이 골프장에서 가장 쉬운 홀로 기록됐다. 버바 왓슨(38·미국) 등 왼손 장타자들은 이 홀에서 티샷을 한 뒤 웨지로 두 번째 샷을 하기도 했다.

 13번 홀 그린은 유명한 ‘래의 개울(Rae’s Creek)’ 건너편에 있다. 철쭉이 만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적인 장소여서 그린을 건드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티잉그라운드를 뒤로 옮기겠다는 게 오거스타 내셔널 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홀 티잉그라운드의 바로 뒤편에는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이 자리잡고 있다.

 두 골프장이 딱 붙어 있어 종종 문제도 생겼다. 숲으로 경계를 만들어놨지만 마스터스 경기 도중 13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는 옆 골프장의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가 12번 홀 그린에서 퍼트를 하려고 할 때 옆 골프장에서 공이 날아온 일도 있다. 그래서 오거스타 내셔널 측은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의 땅 일부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은 회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회원 수는 물론 누가 회원인지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루이스 거스너 전 IBM 회장, 제리 양 야후 전 CEO 등 미국의 부호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13번 홀을 늘리기 위해 처음 제안했던 액수의 27배인 27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골프장 9번홀의 재설계 비용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거스타 컨트리 클럽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골프위크는 보도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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