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患無位 -불환무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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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27면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에서 국가를 해치는 사람이라는 뜻의 ‘국해(國害)의원’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오늘날 우리 세상이다. 여야가 다투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나 다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싸움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이번 19대 국회만큼 서로 반대만 일삼다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국회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 국회의 여야가 마침내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했다. 오는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은 과거보다 7석이 늘어난 253석, 비례대표는 7석이 줄어든 47석으로 모두 300명의 새로운 국회의원이 탄생하게 됐다. 국민 정서는 이 국회의원 수를 10분의 1 정도로 확 줄이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가 뽑는 대표에 다시 기대를 걸어보지 않을 수 없는 게 민초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떠오르는 말이 공자(孔子)의 ‘불환무위(不患無位)’다. 벼슬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걱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어지는 말은 ‘환소이립(患所而立)’이다. 자신이 그런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걱정하라는 이야기다. 이번 20대 총선에 나서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과연 얼마만큼 환소이립에 신경 썼을까. 글쎄 불환무위에만 골몰하지 않았을까. 공자의 말씀은 계속된다. ‘불환막기지(不患莫己知) 구위가지야(求爲可知也)’.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려질 만한 일을 하고자 노력하라는 충고다. 이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不患人之不己知)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탓하라(患不知人也)는 공자의 또 다른 말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가 하면 당(唐)대의 인물인 나은(羅隱)은 ‘자리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不患無位) 자신의 덕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라(而患德之不修也). 지위가 낮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不憂其賤) 자신의 덕이 두텁지 않은 것을 걱정하라(而憂道之不篤也)’고 이르고 있다. 공복(公僕)이 된 이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덕(德)을 제대로 쌓았느냐에 달려 있다. 덕이란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다. 총선에 임하는 이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단 위에선 국회의원이 말해도 연단 아래선 국민이 그를 비난할 것(臺上他說 臺下說他)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논설위원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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