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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연승…60%가 ‘기득권 밖의 사람’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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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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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네바다주 대선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도널드 트럼프가 리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리노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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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또 이겼다. 23일(현지시간) 네바다주에서 열린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는 득표율 45.9%로 1위를 차지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23.9%,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21.4%를 얻는 데 그쳐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지 못했다.

정부에 분노한 유권자 표 흡수
반이민에도 히스패닉 44%가 지지
AP통신 “그를 멈추기엔 시간 부족”
“루비오·크루즈 단일화해야” 목소리

 트럼프가 뉴햄프셔·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네바다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AP 통신은 “트럼프가 분노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호소력을 지녔다는 걸 보여줬다”며 “경쟁자들이 그를 멈추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CNN도 네바다 경선에 대해 “다른 사람이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어려워졌을 만큼, 트럼프에겐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인기가 특정 지역·계층·인종에 국한되지 않은, 전국적 현상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개표 초반 승리를 확정 지은 뒤 라스베이거스 트레저아일랜드 호텔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그는 “앞으로 놀라운 두 달이 될 것이다. 솔직히 (공화당 후보가 되는 데) 두 달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머지 않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우리는 복음주의자·젊은층·노년층·고학력자·저학력자 등 모든 유권자에게서 승리를 거뒀다”며 폭넓은 지지 기반을 과시했다.

트럼프는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발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한 듯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열어둬 나쁜 놈들을 가둬버리겠다”는 발언도 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네바다 승리는 ‘유권자의 분노’에서 기인한다. 응답자의 60%가 “정부에 분노했다”고 답했으며, 36%는 “실망했다”고 답했다.

네바다의 ‘분노한 유권자’ 비율은 아이오와(42%)·뉴햄프셔(39%)·사우스캐롤라이나(40%)보다 훨씬 높았다.

자연스레 표심은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를 향했다. “대통령으로 기득권 밖에 있는 사람을 기대한다”고 답한 이가 60%에 달했고, 이 중 71%가 트럼프에 표를 준 것이다. 반면 “정치 경험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3%에 불과했으며 이 중 51%가 루비오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 이주민)에게도 큰 지지를 얻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44%가 그를 선택했다. 쿠바 이민 2세인 루비오(29%)와 크루즈(18%)보다도 높은 지지율이다.

CNN은 설문에 답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숫자가 적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가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은 놀랍다”고 전했다.

 4차례 경선에서 3번을 연달아 이긴 트럼프는 다음달 1일 ‘수퍼 화요일(13개주에서 동시 경선이 치러지는 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특히 3월 중순 이후에는 1위가 모든 표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치러지는 경선이 이어져 여론 지지율에서 앞서는 트럼프가 더욱 유리해질 전망이다. 점차 공화당이 ‘피할 수 없는(inevitable)’ 후보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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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펼쳤음에도 루비오와 크루즈가 트럼프를 꺾지 못하자 공화당 주류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후보 난립 탓에 트럼프가 독주한다며 루비오와 크루즈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트럼프의 네바다 승리 직후 LA타임스는 이를 주장하는 미 보수 칼럼니스트 조나 골드버그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보다 ‘타당한(plausible)’ 대안인 루비오로 단일화해 트럼프에 맞서야 한다”며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경쟁자인 조지 HW 부시를 부통령 후보로 선출했듯 크루즈가 루비오의 러닝메이트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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