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계부채 급증 방관하며 구조개혁 외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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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한 해 늘어난 액수가 121조7000억원(11.2%)으로 사상 최대다. 2014년 증가액(66조2000억원)의 두 배다.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 속도가 무섭다. 가계부채는 2013년 말 1000조원에서 1년4개월 만인 2015년 5월 1100조원으로 불어났다. 1200조원이 되는 데엔 7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가계부채 증가엔 크게 세 요인이 작용했다고 지적된다. 저금리 기조와 대출규제 완화, 주택거래 증가다. 모두 부동산으로 연결된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는 부동산 인허가와 분양 물량이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전체 경기와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부동산 부양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까지 유지되던 재건축 관련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가 모두 사라졌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처럼 부동산이 아닌 금융건전성 관련 규제까지 “한겨울에 겨울 옷”(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이유로 없앴다. 일 년 전엔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해 ‘걱정하지 말고 집 사라’고 안심시켰다. 이 결과가 경제성장률의 세 배를 넘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다.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에 비춰볼 때 정상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가계부채는 국제 금융기구와 국내외 연구기관이 입을 모아 꼽는 한국 경제의 첫째 리스크다. 경제의 최후 보루인 가계의 체질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소비와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고 안일하다. 유일호 부총리는 최근 “가계부채 규모 자체도 중요한 이슈지만 규모를 직접 통제한다거나 줄이는 방식을 취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인식이 이러니 지방에서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대책도 4월 총선 뒤로 미뤘을 것이다. 경기나 정치적 고려로 가계부채라는 구조적 문제를 방관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이러면서 노동개혁을 해야 경제구조와 체질이 개선된다고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