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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판교 테크노밸리, 어디 인재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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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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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이곳에는 게임사와 바이오 기업 등 1000여 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사진 오상민 기자]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한 모바일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핵심기술을 보유한 직원들이 한꺼번에 더 큰 기업으로 옮겨 한동안 회사가 휘청거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들을 대체할 이공계 석·박사 인력을 영입하려고 그 인력의 주변 지인들까지 만나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포브스코리아, 입주 기업 CEO 설문] 인재들 벤처 꺼리고, 대기업서 빼가고…인센티브 확대, 교육기관 확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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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첨단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판교 테크노밸리에 본사나 연구소를 둔 기업 CEO 31명에게 한국 벤처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이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한국 벤처업계의 문제는 ‘인력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8.1%가 꼽았다.

뒤를 이어 ‘기존 규제와 마찰’(45.2%), ‘자금회수 시장의 비활성화’(38.7%), ‘첨단기술 기반 창업 부족(35.5%)’<이하 복수응답>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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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들은 ‘가장 중요한 벤처 입지 요건’을 묻는 질문에도 ‘인력 확보의 용이성(38.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하지만 판교 테크노밸리의 장점으로 ‘인재를 영입하기 좋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9.7%에 불과했다.

 황보윤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은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진 뒤 인재들이 벤처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대기업들이 투자나 인수합병 대신 인력 빼가기를 선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직원들이 기업의 참여자로 들어와 월급이 아닌 분배를 받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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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들은 한국의 벤처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창업-성장-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58.1%)<복수응답>’에 주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플랫폼(크라우드펀딩) 김기석 대표는 “이런 면에서 ‘공룡 벤처’들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직접 나서는 판교의 모습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플랫폼은 게임업체 네오위즈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네오플라이센터’에 입주해 사무공간과 법률,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받고 있다.

넥슨 역시 ‘넥슨앤파트너즈센터’에서 스톰게임즈, 울프십 등 18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도 판교 테크노밸리 사옥 6층에 후배 양성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수시로 창업 선배의 노하우를 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동종기업이 모인 데 따른 집적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5.2%가 판교 테크노밸리의 장점으로 ‘기업 간 협력이 용이하다’, ‘최신 정보를 얻기 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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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 대표는 “서울 역삼동 테헤란밸리나 구로동 구로디지털단지에서는 미팅을 하루 두 번 하기도 힘들지만 이곳에서는 여러 기업과 ‘원스톱 미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표한 CEO도 있었다. 김성혁 리니어허브(영상협업서비스) 대표는 “초기 벤처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장이 좀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또한 교육기관의 확충(71%), 교통환경 개선·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조성(각 41.9%), 투자 및 금융인프라 구축(35.5%)<복수응답> 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연구개발(R&D) 역량이 뛰어난 대학과 연구소를 유치한다면 인재 발굴과 육성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단국대 남정민(벤처경영학과) 교수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아시아판 실리콘밸리로 발전하려면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 등 우수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직원들을 위한 거주지와 호텔, 컨벤션 센터 같은 인프라 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중견 벤처 대표는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아 차를 가져오는 직원들이 많은데 판교IC에서 꽉 막히고 주차 공간이 모자라 불만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설문은 2월 3~18일에 e메일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했다. 응답 기업의 판교 입주 햇수는 평균 4.6년이었다.

 한편 대한민국 벤처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각 6명) 등이 뽑혔다.

글=최은경·김태윤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설문에 참여한 경영자 (가나다 순)

김강석 블루홀 대표, 김기석 더불어플랫폼 대표

김대연 윈스 대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김성혁 리니어허브 대표,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

김일호 오콘 대표, 김재천 코스맥스 사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박상준 엑시콘 대표

신혜성 와디즈 대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양인찬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

이기성 지스마트글로벌 대표, 이기원 네오위즈 대표

이상근 유비쿼스 대표, 이상산·이진수 핸디소프트 공동대표

이상헌 MDS테크놀로지 대표, 이선진 엔키아 대표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 전윤호 SK플래닛 기술책임자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정 준 쏠리드 대표

조형섭 램스웨이 대표,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최창호 하나마이크론 대표, 하영재 동방데이타테크놀러지 대표

한경택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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