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관타나모 수용소 임기 내 폐쇄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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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위치한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계획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오히려 미국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은 미국 국방부가 이날 의회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안을 제출하기 앞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폐쇄안을 부연 설명함으로써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의지를 강하게 어필한 셈이다. 앞서 전날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안에는 폐쇄를 위해 필요한 조치, 관련 입법 절차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NBC방송은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부터 내건 핵심 공약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감자들을 계속 석방해 왔다.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800명에 달했던 수감자는 현재 91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내에 남은 수감자들도 본국 또는 제3국으로 송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석방할 경우 테러 등 미국 안보에 명백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이는 수감자 30~60명은 미국으로 데려와 수감시킬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관타나모 수용소 대체부지를 물색해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캔자스, 콜로라도 3개 주(州)의 주요 지역이 후보지에 포함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계속 유지하는 건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임기 내 수용소 폐쇄를 관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이에 얼마나 동의해줄지 미지수다. 공화당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풀려난 수감자들이 다시 중동의 전장으로 돌아가 미국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할 것이라며 수용소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의 맥 쏜베리 하원군사위원장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로 인한 안보 우려가 상쇄될 정도의 조건이 충족될 때 (폐쇄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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