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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사람 몰리는 제주, 세계 부호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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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이런 제주의 빼어난 풍광을 향유하고 소유하기 위해 사람과 자본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2006년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지정되고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시행되면서 ‘차이나 머니’를 들고 온 중국인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외지인 몰려 인구 11% 늘고
땅값도 작년 19% 올랐지만
경관 훼손하는 난개발 심각
중국 상위 1%가 몰려드는
매력적인 섬으로 만들어야

 제주의 땅값은 치솟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전체의 공시지가는 1년 만에 19.4%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4.47%)보다 네 배 이상 높다.

지역별로는 제주시 우도면이 66.4%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마라도(약 30만㎡) 면적만큼의 땅 주인이 하루 밤새 바뀔 정도로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해 제주 지역의 하루 평균 토지 거래량은 28만36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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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 인구는 지난해에만 1만9805명 증가해 64만1355명을 기록했다. 2010년(57만7187명)에 비해 5년 만에 11%가 늘었다. 출산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외지인의 유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바람에 가수 이효리씨처럼 제주에 새로 둥지를 튼 셀렙(유명인)이 늘어난 것도 제주 이주 열풍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제주의 가치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근시안적인 난개발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한라산 중산간 지대인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중국 부동산 업체 B개발이 중국 투자 이민자와 유커(遊客)를 겨냥해 중저가의 K산장을 지으면서 주변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

 송재호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제주만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되 제주의 가치를 세계적 명품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제주를 품격 있게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반 관광객이 아니라 상위 1% 부호가 찾을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중국의 상위 1%는 지금 제주가 아니라 일본 교토(京都)에서 풍광이 수려하기로 손꼽히는 아라시야마(嵐山)와 미국 서부의 페블비치로 가고 있다. 세계적 부호들은 천혜의 섬에 투자하거나 고급 저택·별장을 소유한다. 이제 제주도도 이런 부호들을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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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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