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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기록 1968만 점, 한국 현대사 한눈에 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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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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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통령기록관 1층 전시실의 대통령 존영. 대통령의 연설문 등 글자를 모아 만들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1966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박정희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존슨 대통령은 이때 청와대 만찬에서 박 대통령에게 백마 조각상을 선물했다. 베트남에 한국 군대를 보낸 데 따른 고마움의 표시였다. 백마 조각상은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백마부대(9사단)’를 상징했다.

정부세종청사 옆 새 기록관 문열어
연설문·회담록·사진 등 400점 공개
나머지는 36㎞ 지하 서가에 보관
1층 상징관, 글씨로 10명 얼굴 재현
3층선 청와대 집무실 체험 학습
평일에도 수도권 관람객 줄이어

 존슨 대통령의 이 백마 조각상은 지난 16일 문을 연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의 전시물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기록관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0명의 기록물 1968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 1094억원을 들여 2013년 착공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재임 시 남긴 각종 기록물을 말한다. 연설문·정상회담록·대통령 주재 회의록·사진 등 다양하다. 대통령기록관측은 400여 점만 전시관(2333㎡)에 공개하고, 나머지는 지하 서고 등에 소장하고 있다. 지하 서고의 서가 길이는 36.1㎞에 달하며, 일반인 접근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재준 대통령기록관장은 “전시공간은 대통령의 업무 등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 초·중·고생 교육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당초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에 있었는데 전시 공간(389㎡) 등이 좁아 자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이전이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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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된 정육면체(큐브) 모양의 대통령기록관 외부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9일 대통령기록관을 찾았다. 정부세종청사와 호수공원 사이에 자리잡은 유리 큐브(정육면체)건물로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다. 평일인데도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온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1층 ‘대통령 상징관’에 들어서자 역대 대통령 10명의 존영이 맨 먼저 보였다. 가로 1m·세로 1.5m의 유리판 8장을 겹쳐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존영은 글씨를 모아 만들었다. 대통령 재직시 취임사·연설문·문서에 사용된 글씨가 등장한다.

국가기록원 윤준희 기록콘텐츠과장은 “국내 처음 선보인 ‘텍스트 아트’기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주민 정동환(72)씨는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자료 등을 보니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대통령이 사용하던 리무진 1대가 전시돼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캐딜락으로, 노태우부터 이명박까지 대통령 5명의 의전에 사용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가니 ‘대통령 역사관’이 나왔다. 대통령의 역할과 권한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대통령 휘호와 통일 관련 연설 동영상은 동일한 분량과 시간으로 전시했다.

대통령기록관 박성배 박사는 “기록물을 대통령마다 균등하게 전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포스터 등 대통령 선거 자료도 있다. 김민서(13)양은 “딱딱하고 근엄할 것만 같던 대통령 할아버지들이 일했던 모습을 보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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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대통령 집무실 체험공간에서 어린이들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층에는 청와대 접견실·집무실 등을 드라마 세트처럼 꾸며놓아 대통령 자리에 앉아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대통령이 받은 선물 48점도 전시됐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기록문화 현장체험학습, 농·어촌 학생 초청행사 등 체험·견학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할 계획이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일반에 개방한다. 관람료는 없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IC,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 IC에서 나오면 된다. 기차로는 KTX오송역에서 20분 거리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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