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전략과 전술의 능란한 완급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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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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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28~43)=하변 28은 연구된 수다. 이 수에 담긴 전략과 전술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이전의 정석대로 진행할 때 참고도 백 1로 바짝 다가서면 흑 2, 4로 우변 백의 약점을 바로 찔러간다. 백 5로 연결을 시도할 때 흑 6의 붙임이 안성맞춤의 공수겸용 수단이 된다.

 실전으로 돌아와 하변 28의 ‘전략과 전술의 가치’라고 말한 이유는, 하변 29로 부딪치고 싶은 심리적 충동을 유도하여 박정환의 손길이 참고도처럼 즉각, 우변 백의 약점으로 향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또 백이 젖혀오면 바로 맞끊어 싸우겠다는 게 박정환의 의지였을 텐데 상대가 30, 32로 가만히 늘어 나가니 뾰족한 수단이 없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닌가.

 우변 실랑이 중 39의 응수타진은 성급했다. 주문대로 이어주지 않고 가만히 찔러온 40이 뜻밖으로 날카롭다. 더 이상 건드릴 수도 없고 이대로 중앙을 봉쇄당할 수 없으니 41로 밀고 올라섰는데 이제는 거꾸로 강하게 젖혀온다. 상대가 싸우자고 할 때 한 발 물러섰다가 맥이 풀릴 때 달려든다. 늦추고 밀어붙이는 전략과 전술의 완급조절이 능란하다. 43은 기세. 그 안에는, 백이 28~32로 벽을 쌓는 동안 놀고 있었다는 자책도 담겨 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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