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 옐런의 시계는…3월 건너뛰고 6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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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 바늘이 6월을 향해 크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3월은 건너뛴다는 신호가 강하게 감지됐다.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정례 회의록에서다.

기록에 따르면 회의를 지배한 것은 불확실성이었다. 연초부터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과 유가 하락은 Fed가 지난해 말 그렸던 그림과 사뭇 달랐다. Fed의 목표인 2% 인플레 달성은 더 멀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회의록엔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처한 듯한 Fed의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불확실’이란 표현은 무려 14번이나 등장했다. 회의 멤버들은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동의했고, “성장 전망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애초 시장에 3월 금리 인상설이 생긴 것은 지난해 말 역사적 금리 인상 당시 Fed 간부들이 예상한 금리 인상 항로 때문이었다. 2016년엔 4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 맥락에서 보자면 3월 정도가 올 들어 첫 금리 인상의 적기로 여겨졌다. 물론 여기엔 ‘경기 순항’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및 신흥시장의 성장둔화와 금융시장 급랭은 이런 조건 충족을 어렵게 만들었다. 금리 인상 항로 수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회의록은 “FOMC 위원들이 연방기금금리 목표치의 적절한 경로에 대한 이전의 시각을 바꿔야 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FOMC가 이날 결론을 낸 것은 아니다. 어차피 1월 회의는 한 달 전 금리 인상의 여파를 점검하며 지나가는 회의였다. 금리를 올릴 것도 아닌데 성급히 판단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항로를 테이블에 올려 논의했다는 것은 ‘3월 인상을 포함한 4차례 인상’이 Fed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음을 말해준다. 일부 위원들이 “양적완화를 줄이기 위한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인플레 상승과 경기 호조에 대한 추가 정보를 더 기다리는 것이 신중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Fed 일각에선 다음 금리 인상을 올 하반기로 미뤄야 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16일 델라웨어대학 연설에서 “두 번째 금리 인상은 충분히 설득력있는 물가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신중하다”고 밝힌 뒤 “미국 물가는 올해 하반기가 돼야 충분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3월 금리 동결은 시장에선 뉴스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산출한 3월 금리 인상 확률은 한 달 전의 31%에서 6%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이 금융시장 전문가 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올해 전체 금리 인상 횟수를 2번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Fed의 상황인식이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반색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다우지수가 1.6%, 나스닥 지수가 2.2% 올랐다. 재닛 옐런 Fed의장은 지난 10일 하원 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은 결코 사전에 정해진 코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늘 해온 원론적인 표현이지만, 이날은 금융시장 불안을 강조한 뒤에 나온 언급이었다. 곱씹어보면 지난 연말 그렸던 금리 인상 항로가 꽤 달라질 수 있다는 뉘앙스가 감지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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