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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런 조건, 저런 조건…부품 무상 교체해주면서 욕먹는 현대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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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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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PS를 적용한 YF 쏘나타 차량 운전대.

2006년 6월~2010년 8월에 만든 아반떼HD, 2009년 9월~2014년 1월산 YF쏘나타, 2010년 12월~2014년 1월산 그랜저, 2012년 4월~2014년 1월산 싼타페(이외에도 아반떼MD· i30·i40·벨로스터·맥스크루즈 등)….

 이런 차를 운전하는 중 운전대에서 심한 소음이 났다면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otor Driven Power Steering·MDPS) 문제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운전대가 무거워지거나 차량이 쏠리는 현상을 겪은 고객도 마찬가지다. MDPS는 운전대의 움직임을 감지한 센서가 차내 소형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 바퀴 방향을 움직이는 조향장치다.

현대차는 지난 3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MDPS 부품을 무상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뜯어봤다. ‘일부 차종에서 조향장치 내부부품 마모에 따른 소음 발생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 불편을 겪는 고객이 정비점을 방문하면 점검 후 (부품을) 무상 교체하겠다. 주행 중 핸들이 무거워지거나 차량이 쏠리는 현상은 노면 상태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점검 후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친절하게 자발적 무상교체를 공지했는데 게시글엔 “무상교체해 주고도 욕 먹는다”는 비판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현대차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소음’이란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원성이 높은 건 소음보다 주행 중 멀쩡하던 운전대가 갑자기 돌아가지 않고 잠기는 현상이다. 안전과 직결한 문제라 피해자들의 블랙박스 동영상이 퍼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를 언론이 보도하고 국토교통부가 MDPS 결함 검증에 착수하자 무상교체에 나서면서도 문제를 소음으로 국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MDPS 특성상 특정 상황에서 운전대가 다소 무거워지는 게 정상이다. 조향 문제가 모두 MDPS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 차량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정식 리콜(결함보상)이 아니란 이유로 기존에 수리받은 소비자는 보상해주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상교체하기 전까지 현대차는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에게 주로 MDPS 전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수리를 해왔다.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은 수리비 80만~100만원을 감수해야만 했다.

 같은 MDPS 부품을 적용한 기아차 고객에 대한 무상교체 조치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공식 홈페이지나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자사 블로그에 공지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도 입방아에 올랐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최근 현대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차는 ‘오해’라며 넘어갈 게 아니라 조향 문제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를 끝까지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를 확인한 만큼 무상교체 대신 자발적 리콜에 나서는 것도 소비자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최근 수출·내수용 쏘나타 정면 충돌 실험, ‘안티’ 소비자와 임원 간담회 같은 행사를 통해 고객과 소통을 늘려왔다.

그동안 소통 강화 행보가 ‘보여주기’ 였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MDPS 같이 안전과 직결한 ‘진짜’ 문제부터 소통을 통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 회사 필요할 때만 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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