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황제 슈마허 "축구실력 장난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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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 재단 올스타팀과 유니세프 올스타팀 간의 '별들의 전쟁'에서 가장 밝게 빛난 별은 뜻밖에도 '포뮬러 원(F1) 그랑프리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34.독일)였다. 그는 마치 '콘티'(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슈마허는 그랑프리 68회 우승의 위업을 이룩하면서 '현역 최고의 카 레이서'란 칭호를 얻은 선수.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프로축구 선수를 지낸 적은 없다. 그러나 초청 선수로 이날 경기에 출전한 슈마허는 전반은 유니세프 올스타팀 소속으로, 후반은 피구재단 올스타팀 소속으로 번갈아 뛰면서 양팀에 나란히 1골을 어시스트하는 활약을 펼쳤다.

슈마허의 실력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슈마허에 대한 수비를 느슨하게 펼치는 것 외에는 다른 선수들이 특별히 봐준 것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슈마허는 슈팅은 물론 돌파와 날카로운 찔러주기 패스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전반 33분 슈마허는 페널티지역 측면에서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을 향해 오른발 강슛을 날렸고 부폰이 간신히 쳐낸 볼은 세르지우 콘세이상(포르투갈)의 머리에 걸려 네트에 꽂혔다.첫 도움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슈마허는 전반 종료 직전에도 문전으로 대시해 들어오는 로베르 피레스(프랑스)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줬고, 이 볼은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발을 거쳐 골문안으로 빨려들었다.

후반 피구재단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슈마허는 최전방에 포진한 파울레타(포르투갈)에게 송곳같은 스루패스를 두번이나 찔러줘 이날 '후반전의 히어로'가 된 파울레타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슈마허는 경기 후 "뜻깊은 경기에서 나름대로 잘 뛰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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