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전용 의혹에도 개성공단 의미 생각해 유지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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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부 장관

개성공단 유입 자금의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과 관련해 12일 “정부가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홍용표 “핵 개발에 쓴 자료 있다” 파장
의도 안했지만 상당한 근거 있는 듯
야당 “증거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야”

발언 배경과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의도된 발언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근거를 묻는 취재기자의 질의에 설득력 있게 답변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있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당국자도 “의도된 것이었다면 그런 질문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장관이 거론한 ‘관련 자료’의 존재 여부와 그 내용도 관심거리다. 홍 장관은 회견에서 분명히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는 존재를 확인했다는 의미다.

통일부 관계자도 “뭔가 있으니까 장관이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은 통화에서 “홍 장관이 거론한 관련 자료는 북한 고위직 출신 인사의 증언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한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한 명에게 지급되는 월급 130달러 중 50달러 정도가 사회보장 등 각종 명목으로 공제되는데, 이 돈이 고스란히 김정은 통치자금이나 핵 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겸직이 많은 북한 체제 특성상 동일 인물이 개성공단 관련 자금과 해외 무기 거래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업무를 함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현금 흐름 등의 정황을 포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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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무기 구입이나 개발에 쓰인 달러가 개성공단 인건비로 지급된 바로 그 달러라는 사실을 어떻게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겠느냐”며 “억지 주장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단 자금의 군사적 전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왜 개성공단을 계속 운영해왔느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홍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전용 의혹에 대해 정부가 여러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개성공단이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 안정적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 발언에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된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공단 전면 중단 조치의 불가피성을 알리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평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홍 장관은 그렇게 말한 증거가 무엇인지, 어느 시점에 알게 됐는지 명백하게 공개하라”며 “공개하지 않는다면 말실수를 덮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형구·전수진·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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