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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지금 영화관에선…이 영화, 볼만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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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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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Carol 감독 토드 헤인즈 각본 필리스 나지 원작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프로듀서 엘리자베스 칼슨, 스티븐 울리, 크리스틴 배콘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사라 폴슨, 카일 챈들러
촬영 에드워드 러취맨 미술 주디 베커 의상 샌디 포웰 음악 카터 버웰 편집 아폰소 곤살베스 장르 드라마, 로맨스 상영 시간 118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월 4일

줄거리 1952년 뉴욕, 백화점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테레즈(루니 마라)는 어린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온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급속도로 친해진다. 캐롤이 테레즈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캐롤의 남편(카일 챈들러)은 캐롤이 여성들과 계속해서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면 딸의 양육권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한다. 캐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레즈와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별점 ★★★☆ 토드 헤인즈 감독이 1950년대 보수적인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편견과 싸워야 하는 사랑을 그린 건 ‘캐롤’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파 프롬 헤븐’(2002)에서 흑인 남성(데니스 헤이스버트)과 사랑에 빠진 중산층 백인 여성(줄리앤 무어)의 이야기를 가슴 절절히 펼쳐 보였다.

‘파 프롬 헤븐’이 사회적 편견 앞에 흔들리며 더욱 확실해지는 사랑 이야기였다면, 헤인즈 감독은 ‘캐롤’에서 두 여성의 사랑을 퍽 다른 태도로 그려 보인다. 캐롤과 테레즈는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 뒤 그 감정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특히 테레즈에게 그 사랑은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상처 입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 자신을 완성하는 길처럼 묘사된다. 캐롤과 떠난 여행을 계기로 테레즈는 뜨뜻미지근하던 남자친구(잭 레이시)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꿈꾸던 사진작가의 길에 한발 더 다가선다. 캐롤은 그런 테레즈를 더 없이 카리스마 넘치는 사랑으로 이끈다.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단 하나, 시대가 아닌 캐롤의 남편이다. 더욱이 그는 동성애를 혐오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캐롤을 자기 곁에 두려는 마음에서 딸의 양육권을 무기로 휘두른다. 그러나 테레즈와의 사랑이냐, 딸의 양육권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캐롤은 끝내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헤인즈 감독은 ‘캐롤’에서 주인공들에게 그들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맞설 각오가 돼 있냐고 묻지 않는다. 그 거창한 물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사랑을 얼마나 확신하느냐다. 그 물음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면서도, 사랑의 떨림과 두려움을 보다 절절히 그려주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희미하게 남는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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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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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각본 이일형 출연 황정민, 강동원, 이성민, 박성웅, 신소율 촬영 최찬민 조명 유석문 미술 박일현 음악 황상준 장르 범죄, 코미디 상영 시간 126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3일

줄거리 난폭한 수사 방식으로 검찰 조직에서 모난 돌 취급을 받는 변재욱(황정민) 검사. 살인사건 취조 중 피의자가 주검으로 발견되자 재욱은 살인죄로 15년 형을 받고 수감된다. 5년간 복수를 다짐하던 그는 신참 재소자인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재욱은 치원을 이용해 누명을 벗을 계획을 세운다.

별점 ★★☆ 한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요소가 배우의 스타성이라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조금은 씁쓸한 일이다. ‘검사외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강동원의 퍼포먼스다.

치원은 수감 중인 재욱의 ‘아바타’로 활약하며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한다. 그 모습이 변장과 임기응변의 천재였던 사기꾼을 그린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비슷하다. 치원은 여기에 위트까지 얹는다. 입만 열면 거짓말에, 만나는 여성마다 추파를 던지는 능글능글함, 위급 상황에선 “얼굴은 때리지 말라”는 뻔뻔함에 웃음이 터진다. 외모 자체가 판타지인 강동원이 빚어낸 치원이 여성 관객의 마음을 홀리는 건 손바닥 뒤집기일 터다.

아쉽게도 강동원 말고 다른 영화적 감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재욱이 펼치는 법정 드라마와 치원의 코믹극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재욱이 탐욕스런 권력층에 반격을 가하는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만화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데님 소재의 죄수복을 입고 휴대전화를 지닌 재소자의 생활, 치원의 사기에 검사들조차 깜빡 속는 상황 등이 그렇다.

특히 법정 장면 부분은 논리가 다소 허술해 결말의 통쾌함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베테랑’(2015, 류승완 감독) ‘내부자들’(2015, 우민호 감독) 등 요즘 유행하는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한 이야기’에 꽃미남 사기꾼이라는 고명을 얹은 인상도 든다. 범죄물과 코미디를 톡톡 튀는 캐릭터로 조합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지만, 영화의 빈틈은 캐릭터만으론 가려지진 않는다. 킬링타임 오락영화로는 손색없지만, 치밀하지 못한 연출력이 못내 아쉽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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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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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셀린 무어하우스 출연 케이트 윈슬릿, 주디 데이비스, 리암 헴스워스, 휴고 위빙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8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1일

줄거리 25년 전 이웃 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마을에서 쫓겨난 틸리(케이트 윈슬릿)는 패션 디자이너가 돼 화려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수군대면서도, 앞다퉈 틸리에게 드레스 제작을 맡긴다. 테디(리암 헴스워스)와 사랑에 빠진 틸리는 억울한 누명을 벗으려 한다.

별점 ★★★ 틸리는 왜 이 작은 마을로 돌아온 걸까. 소년을 죽인 진범은 누구였을까. ‘드레스메이커’는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캐릭터와 미스터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서히 드러나는 25년 전 사건의 실체는 크게 놀랍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객을 실망시키진 않는다. 이 영화가 집요하게 그려 내려는 것이 ‘누가 진짜 범인이었을까’가 아니기 때문.

대신 마을 사람들이 약자를 얼마나 모질게 대했는지, 어떻게 방관했는지, 그로 인해 가난하고 힘없던 소녀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야 했는지를 블랙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틸리가 감당해야 하는 비극이 너무 호된 것에 비해, 결말의 ‘우아한’ 복수가 기대만큼 통쾌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케이트 윈슬릿은 내면에 깊은 상처를 지녔지만 담담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연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어 보인다. 리암 헴스워스, 주디 데이비스, 휴고 위빙 등 조연과의 앙상블도 좋다. 무엇보다, 공들인 세트와 의상이 가장 큰 볼거리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런웨이에서나 볼 수 있는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활보하는 모습은 다시 봐도 흥미롭다. 호주 여성 작가 로잘리 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감독 또한 호주 출신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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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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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서기, 장첸, 츠마부키 사토시 장르 드라마, 액션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4일

줄거리 9세기 중국 당 왕조 말기. 섭은낭(서기)은 고위 관료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혼자와 이별 후 부패 관리를 암살하는 자객의 길을 걷는다. 어느 날, 스승으로부터 과거 정혼자이자 위박 지역의 군주 전계안(장첸)을 암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은낭은 자객의 운명과 쉬이 잡히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별점 ★★★★ 서사적 개연성이나 인물의 관계가 또렷하게 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내러티브로 접근하려 든다면 맥이 쉬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에서 서사는 부차적인 문제다. 방점은 늘 인물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방식에 찍힌다.

직관적으로 ‘아름답다’는 감흥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무협이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 장이모우 감독의 ‘연인’(2004),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2013) 등 거장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협을 활용했던 것처럼, 허우 감독은 인물의 마음을 살피는 장치로 무협을 꺼내들었다.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무협영화다.

화려한 기교를 앞세운 움직임은 없다. 칼을 든 인물들의 결투 역시 꼭 필요한 때에만 압축적으로 그리는 식이다. 때로 영화는 굵은 붓으로 힘차게 그린 듯한 동양화 같은 압도적 풍경 안에 점처럼 덩그러니 놓인 인물들을 그저 바라본다. 시간의 흐름을 축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펼쳐놓아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한 다음, 몇몇 움직임만으로 강렬한 리듬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이다. 장르가 무엇이든, 영화의 본질에는 사람의 감정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야 한다는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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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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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근현 출연 정현진, 루나, 송욱경 장르 판타지 상영 시간 7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월 11일

줄거리 꿈과 희망이 가득한 조이랜드. 악당 잘난마왕(송욱경)은 조이랜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퍼 히어로 번개맨(정현진)의 초능력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번개맨은 잘난마왕의 최면에 걸린 말괄량이 소녀 한나(루나)를 구하려다 블랙홀에 빠져 초능력을 잃게 된다.

별점 ★★☆ E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1999~)의 인기 수퍼 히어로, ‘번개맨’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 귀여운 조이랜드 캐릭터, 코믹한 악당 등 어린이 관객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우정·환경 보호 등의 메시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도 장점. 그러나 극장판에 어울리는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쉽다. 어린이를 위한 영화일지언정 작품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작품.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앨빈과 슈퍼밴드:악동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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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월트 베커 출연 저스틴 롱, 매튜 그레이 구블러, 제시 맥카트니, 제이슨 리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9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월 4일

줄거리 다람쥐 삼총사인 앨빈(저스틴 롱·목소리 출연), 사이먼(매튜 그레이 구블러·목소리 출연), 테오도르(제시 맥카트니·목소리 출연)는 아버지 같은 주인 데이브(제이슨 리)의 결혼을 방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삼총사는 마이애미로 여행을 떠난 데이브와 그의 애인을 몰래 뒤쫓는다.

별점 ★★ 역시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쓰다듬고 싶을 만큼 귀여운 삼총사 캐릭터다. 헬륨가스를 마신 목소리로 유명 팝을 부를 땐, 왜 이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는지 절로 이해될 정도로 귀엽다. 하지만 어린이 관객을 위한 영화라도 이해될 정도의 논리적 전개는 필요하다. 삼총사를 위협하는 항공사 보안 요원 석스가 이들을 쫓는 이유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식이다. 소동극을 위한 소동이 영화 전체를 메우고 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살인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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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베르토 로드리게즈 출연 라울 아레발로, 하비에르 구티에레즈, 네레아 바로스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105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1일

줄거리 1980년대 스페인의 시골 늪지대에서 10대 자매가 잔혹하게 강간·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베테랑 형사 후안(하비에르 구티에레즈)과 페드로(라울 아레발로)는 마을 사람들이 뭔가를 감추고 있음을 눈치챈다.

별점 ★★★ 수십만 명이 무자비하게 죽어나간 프랑코 독재 정권의 종식 후에도 후유증이 역력하던 1980년대 스페인. 영화가 파헤치는 건 변태적인 살인범의 정체만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사건에 책임이 있다. 영화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 사건의 복잡하게 얽힌 배후를 통해, 독재 정권 하에 자행된 비극의 실체를 되새긴다. 맨주먹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형사들의 저돌적인 수사 과정이 음울한 당대 분위기와 맞물려 묵직한 긴장을 자아낸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세기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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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드워드 즈윅 출연 토비 맥과이어, 리브 슈라이버, 마이클 스털바그 장르 전기, 드라마 상영 시간 115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28일

줄거리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바비 피셔(토비 맥과이어)는 1958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미국 체스계를 제패하고 세계 대회에 나간다. 냉전의 바람이 불면서 피셔는 CIA의 지원을 받아 세계 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러시아 선수들과 맞붙는다.

별점 ★★★☆ 역사상 최고의 체스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피셔(1943~2008)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 가장 아름다운 체스 대결로 꼽히는, 피셔와 러시아의 보리스 스파스키(리브 슈라이버)가 벌인 경기(1972)가 극의 정점을 이룬다. 영화는 그 대결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그리는 것만 아니라, 두 선수의 어깨에 실려 있던 냉전의 강박을 퍽 무게감 있게 비춘다. 그에 비해 결말은 어정쩡하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쿵푸팬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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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여인영·알레산드로 칼로니 목소리 출연 잭 블랙, 더스틴 호프먼, J K 시몬스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95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월 28일

줄거리 팬더 포(잭 블랙)는 어린 시절 잃어버린 친아버지 리(브라이언 크랜스톤)를 만나 팬더 마을로 향한다. 사악한 황소 카이(J K 시몬스)가 등장하자, 포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팬더들에게 쿵푸를 가르친다.

별점 ★★★ ‘쿵푸팬더’ 시리즈(2008~)의 세 번째 영화. 쿵푸 고수가 된 포가 강적에 맞서 책임감 강한 리더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시종일관 웃음을 주는 팬더들의 활약,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더 화려해지는 액션은 어린 관객과 성인 관객 양쪽을 만족시킬 만하다. 2편부터 지적돼 온 부실한 스토리는 흠이지만, 코미디 배우 잭 블랙과 ‘쿵푸팬더’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찾을 수 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아버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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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테판 브리제 출연 뱅상 랭동, 사비에르 마티유, 크리스토프 로시뇽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2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28일

줄거리 직장에서 해고당한 티에리(뱅상 랭동)는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아파트 대출 이자는커녕 장애가 있는 아들 때문에 생활비를 대는 것도 벅찬 신세다. 우여곡절 끝에 대형 마트에 취직한 그는 진상 고객들을 상대하며 고단한 나날을 보낸다.

별점 ★★★☆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자본주의의 병폐에 갇힌 한 남자의 딜레마를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뱅상 랭동의 얼굴은 그 자체로 감정과 상황을 대변하는 훌륭한 미장센이다. 또 핸드 헬드 기법으로 촬영 돼 사실감을 높였다. 생존하기 위해 결국 변질될 수밖에 없는 선량한 노동자 티에리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지용진 기자

로봇,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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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호재 출연 이성민, 이희준, 이하늬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1월 27일

줄거리 해관(이성민)은 10년간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헤맨다. 어느 섬마을에 딸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있다는 제보에 그곳으로 달려간 그는 허탕을 치지만, 우연히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심은경·목소리 출연)를 만난다.

별점 ★★★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이라는 착상이 무척 신선하다. 소재뿐 아니라 따뜻한 분위기 면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티’(1982)와 많이 닮았다. 해관과 소리가 유주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조우하게 되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비극 앞에선 마음이 숙연해진다. 인간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인공지능 첩보 위성이란 다소 과한 설정도 이성민의 열연과 심은경의 목소리 연기 덕분에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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