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최고 80층 ‘특별한 동네’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2016.02.12 01:39

업데이트 2016.02.1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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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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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우3동의 마린시티 전경. [사진 해운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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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부산시 해운대구 우3동 임시 주민센터에 50대 남성이 찾아왔다. 민원 서류를 발급받으려던 그는 순번 대기표 발급기를 찾지 못했다.

전국 유일 단독주택 없는 동
인구 5만 넘은 우1동서 분리
40층 넘는 고층 아파트 6개 단지
의사·교수 등 전문직 주민 다수

류영 동장을 만난 그는 “제법 잘사는 동네 주민센터에 순번 대기 시스템이 없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류 동장이 “신설된 동이라 예산이 없어서 그렇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 남성은 “그러면 내가 설치해 주겠다”며 선뜻 200여만원을 내놨다. 그러고는 “누가 설치해줬다고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주민센터를 떠났다.

 부산의 부촌인 해운대구에 지난달 1일자로 ‘특별한 동네’가 탄생했다. 이른바 ‘마린시티(Marine City)’지역이 기존 우1동에서 분리돼 ‘우3동’이 된 것이다. 우1동이 인구 5만 명을 넘어선 때문이다.

 우3동엔 특별한 기록이 있다. 행정구역 동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거시설로 단독주택은 없고 아파트만 있다. 그것도 19개 아파트 단지 중 지상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가 6개 단지에 이른다.

국내 최고층 아파트인 두산 위브더제니스(지상 80층)와 해운대 아이파크(지상 70층)가 이곳에 있다. 마린시티 북쪽은 15층 규모의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부촌이어서 기초생활수급자는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적다. 인근 우1동이 1037명, 우2동이 376명이지만 우3동은 인구 2만8720명(지난달 1일 기준)의 0.28%인 81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 대부분은 마린시티의 친척·지인 집에 주소를 둔 노인이다. 이들은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고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를 잃은 미성년자가 친척 집에 주소를 두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경우도 있다. 실제 주민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없는 것이다.

 주민센터가 가입한 관용차의 대물 보험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원인이 포르셰·벤츠 같은 고가 수입차를 타고 민원센터를 찾을 때 생길 수 있는 차량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만큼 우3동에는 인기 아이돌 스타,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도 거주한다. 이외 의사·교수 같은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2월부터 활동에 들어간 주민자치위원회 8명의 위원 역시 기업체 대표, 갤러리 관장, 의사 등이다.

 주민자치위는 전문직 주민과 함께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다. 장형선(50)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회와 미술강좌 등을 구상하고 있는데, 재능을 기부하려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관만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동네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해운대구는 해운대소방서 옆 우1동 주민자치회 별관(지상 3층)을 4층으로 증축해 내년 7월 우3동 주민센터로 개소하기로 했다. 지금은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옛 시네마테크를 임시 주민센터로 쓰고 있다.

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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