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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전세 올라 집 산다? 이젠 안 통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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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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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올해 전셋값 향방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전셋값이 급등하면 기존 주택값 또한 상승하는 일이 많았다. 이를 두고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고 말한다. 대개 전세가격이 집값의 80%를 넘게 되면 집값이 슬금슬금 오른다.

 지난해 전셋값이 급등하자 집값도 상승했다. 인기지역의 상승폭은 넓었다. 전국 전셋값이 4.9% 오르자 주택값도 3.5% 상승했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7%선에 육박하자 아파트가격도 4.9% 뛰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전세가는 7.3% 올랐고 이중 아파트는 10.8%나 치솟았다. 이에 영향을 받아 집값은 4.6% 상승했는가 하면 아파트는 이보다 높은 6.7%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전셋값과 매매가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에 전세가격이 떨어졌다면 주택가격도 하락했을 확률이 높다. 전셋값 움직임이 주택시장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소리다.

 올해는 전셋값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많은 집이 공급됐지만 정작 전셋집은 자꾸 줄고 있는 분위기여서 적어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집주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데다 재개발·재건축 철거물량까지 대량 늘어나 그만큼 전세수요가 많아질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전국의 월세비율이 2014년 39.3%에서 지난해 44%로 높아진 점도 주택 임대차 시장이 월세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월세 전환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전세난은 여전할 것이라는 소리다.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입주할 집이 없다면 전세가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셋값이 뛰더라도 지난해처럼 집값도 큰 폭으로 동반상승하지는 않을 듯싶다. 비싼 전셋값 때문에 아예 집을 매입하는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 같지 않아서다.

올 들어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진데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게 돼 있어 수입이 많지 않으면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1~2년 후 입주물량 폭탄으로 집값 하락이 우려돼 구매 수요는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진단이 나온다.

 1~2인 가구용으로 불리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이 엄청 쏟아져 소형주택 수요자의 전세난은 다소 해소될 것 같다. 지난해 아파트 외 일반 주택 착공 물량은 다가구주택의 개별 가구수를 포함해 34만2000여 가구이고 서울은 약 6만2000가구 정도 된다. 인·허가 물량으로 치면 훨씬 더 늘어난다.

반면에 올해 1~2인 가구 증가량 추정치는 전국 32만1000여 가구, 서울 4만7000여 가구로 공급 물량보다 적다. 이렇게 되면 한때 인기가 좋았던 다세대·연립주택의 주가는 떨어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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