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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발표로 본 북한 미사일 기술

중앙일보

입력

국방부가 9일 북한이 이틀 전 발사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 국방연구소(ADD) 등의 합동 조사결과였다. 국방부는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호가 2012년 발사한 은하 3호와 비행궤적, 탑재중량, 사거리 등 제원이 거의 동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정성은 나아졌지만 기술적 진보는 크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명성호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경우 사거리가 1만2000~1만3000㎞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500㎏짜리 탄두를 실었다고 가정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①북, 미국 본토 공격 초읽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미국 동부 워싱턴까지의 거리는 1만1031㎞(구글어스 기준)다. 북한이 광명성호에 500kg으로 소형화한 핵탄두를 실었다면 미 백악관이 사거리에 포함된다. 북한은 규모가 더 큰 발사체를 추가 개발 중이라고 한다. 미국을 향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군 시설이나 미국인들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해 방어능력 향상에 관해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건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 공격에는 크게 2가지 기술이 더 필요하다. 핵탄두 소형화와 우주로 나갔던 ICBM이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리엔트리(Re-Entry·재진입)’ 기술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500㎏까지 소형화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진입 기술도 아직 테스트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ICBM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고도 100㎞ 기준으로 6000~7000도의 열이 발생한다. 이 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기술 확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②장거리 로켓 기술 진일보= 광명성 4호는 발사 569초(북한은 586초라고 주장) 만에 위성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그러면서 2012년 은하 3호에 이어 광명성급의 장거리 로켓 발사 기술이 안정화 단계라고 분석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1ㆍ2단 추진체와 위성을 실은 3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로켓 잔해물이 2012년과 같은 위치에 떨어진 점은 안정적인 기술 확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보 당국은 위성 무게가 2012년에 비해 2배인 200㎏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3년 전보다 엔진 추력을 높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당시 북한은 1단 추진체로 27t급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했다. 지난 7일 1단계 로켓이 본체에서 분리된 뒤 공중에서 폭발해 270개로 산산조각이 난 것은 기술 발전을 공개하지 않기 위한 자폭이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위성 제작과 제어기술은 한국이, 1ㆍ2단 발사체 기술은 북한이 앞선다"며 “한국은 한미 미사일 협정에 묶여 장거리 로켓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한편 국방부 당국자는 “광명성 4호가 현재 위성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위성의 활동을 감시 중인 북미우주항공방위사령부(NORAD)도 우주궤도 진입은 확인했으나 “인공위성이 정상적인 자세를 잡지 못한 채 자전형식의 텀블링(공중제비)을 하고 있고, 지구와의 교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등이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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