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들끼리 쌈질만 하고 다 똑같은 놈들 아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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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어요. 맨날 지들끼리 쌈질만 하고…. 다 똑같은 놈들 아녀?”
대전 대덕구 법1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인섭(48)씨는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4선ㆍ대전서갑)을 만나자 하소연부터했다고 한다.

더민주 박병석, 새누리 김태흠이 전한 충청 민심

“먹고 살게나 해줘요. 애 대학 등록금 대기도 버거워요”라는 게 정씨의 호소였다.
박 의원이 대전 서구 변동시장에서 만난 야채가게 주인 박윤주(55ㆍ여)씨도 “경기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야채를 낱개로만 사간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가게를 내놓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정부만 두둔하는 여당도, 정부를 확실히 견제할 강력한 야당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충남 보령중앙시장을 찾은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초선ㆍ보령서천)도 ‘답답한 국회’에 대해 쓴소리를 들었다. 김학동(56) 보령중앙시장 회장은 “정치인들 꼬라지가 사람이 헐 짓이요? 이권 다툼이나 하고 말이야…. 이런 것들은 반성해서 없어져야 하지 않냐 말여요”라고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대화를 지켜보던 한 상인은 “국회가 세금 먹는 하마여 하마!”라고 거들어 김 의원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친박근혜계’인 김 의원을 알아본 한 여성은 “대통령이 일하게 국회가 도와야지. 박근혜 대통령, 불쌍해죽겠슈”라는 말을 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이번 총선엔 ‘충청도당’이 없다.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하면서 김종필(JP) 전 총리의 신민주공화당과 자유민주연합 이후 이어져온 충청 기반 정당이 사라졌다. 대신 국민의당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충청에선 정당 보다는 인물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 처럼 느껴졌다고 두 의원은 말했다.

대전 동구 가양동에서 건설업을 하는 정용우(50)씨는 “국민의당? 글쎄요…. 그동안 홀대받아 왔는데 이번엔 확실히 인물을 키워야한다"(박 의원)고 말했다고 한다. 보령시장에선 “정치에 경상도와 전라도만 주도적인데 이제는 충청이 나서야지만...인물 보고 뽑아야지유”(김 의원)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대전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이원무(75)씨는 “야당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판에 지금처럼 사람이나 서로 빼가고, 이래서 점수가 되겠냐”고 했다고 한다. 여당에 대해선 “새누리당도 친박이니 진박이니 자리 놓고 또 서로 싸운단 말여. 이런 찬스를 왜 못살리냐”고 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유성구 온천동에서 만난 강선공(30)씨 사연도 소개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더 이상 집안 지원이 어려워 다른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2년이나 지났는데 지방대를 나와서는 취업이 너무 힘들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올해는 ‘정말 경기가 나쁘다’는 하소연이 심각했다”며 “정부ㆍ여당의 실정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야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책도 많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선거보다 무능한 국회에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더 많아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상황이 죄송스러웠다”고 했다.

강태화·박유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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