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어묵혁명?…노점 단속에 폭력시위, 경찰은 위협사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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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홍콩 몽콕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노점 단속 중 발생한 경찰과 노점상의 충돌에 일부 시민이 가담하면서 시위는 격화됐다. [홍콩 AP=뉴시스, 열혈시보 페이스북]

춘절(春節·설)인 8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홍콩에서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져 100여 명이 부상하고 5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몽콕서 음식 노점상 단속에 항의
분리주의 단체 본토민주전선 가세
경찰 하늘로 2발 쏜 뒤 시위대 겨눠
기자 등 100여 명 다치고 54명 체포

시위대에 밀린 경찰이 하늘을 향해 권총을 두 발 발사한 뒤 시위대를 향해 겨냥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홍콩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네티즌들은 이날 시위를 촉발한 가판대 단속에 빗대 ‘어묵혁명(#fishballrevolution)’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오후 10시경 공무원과 경찰이 몽콕(旺角)에서 영업 중이던 먹거리 노점상 10여 곳에 대해 불시 단속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마침 인근에서 거리 행진을 예고한 홍콩 분리주의 단체 본토민주전선(本土民主前線)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이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면서 대규모 무력 충돌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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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위대에 권총을 겨눈 경찰 사진(오른쪽)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홍콩 AP=뉴시스, 열혈시보 페이스북]

이튿날 오전 2시경 수백 명으로 불어난 시위대가 산둥가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유리병과 화분, 보도블록을 던지며 격렬하게 경찰을 공격했다.

최루탄을 쏘며 맞서던 경찰 중 일부가 시위대에 포위되고 구타를 당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자 한 경찰이 휴대한 권총을 뽑아 하늘을 향해 2발을 발사한 뒤 시위대를 겨냥하며 해산시켰다. 경찰의 발포에 감정이 격해진 시위대는 오전 8시 무렵까지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유격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시위를 펼쳤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크루세이드 야우 몽콕경찰서 부지휘관은 “폭도들이 단단한 물건으로 경찰관을 공격하며 생명의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어쩔 수 없이 총을 발포했다”고 밝혔다.

량전잉(梁振英)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백 명의 폭도가 경찰과 기자를 습격했다. 홍콩 경찰이 이번 폭동에 대처한 방법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자제심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해 경찰의 총기 사용을 변호했다. 량 장관은 또 “경찰은 폭도를 모두 체포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웨이충(盧衛聰) 홍콩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회견을 갖고 몽콕 폭동 관련자 54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에는 여성 7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루 청장은 경찰· 기자 100여 명 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 일부가 차량을 이용해 시위용품을 운반했다”며 “조직적이고 사전에 계획된 행동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허가 가판 단속 전에 이미 200여 명이 현장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시위대가 사용한 죽창, 가스통, 보도블록, 수제방패 등 시위 도구도 공개했다.

체포된 시위대 가운데에는 지난해 1월 홍콩에 대한 중국의 지나친 간섭에 반대하며 결성된 급진단체 본토민주전선의 리더인 량톈치(梁天琦·에드워드 렁)도 포함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본토민주전선은 지난해 과격 시위로 주목받기 시작한 조직이다.

이 단체 회원 대부분은 1990년 이후 홍콩에서 출생한 젊은이들로 SNS를 이용해 “홍콩은 중국에게 배신당했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박탈당했으며 정체성마저 빼앗기고 있다”는 주장을 전파하고 있다. 몽콕은 2014년 행정수반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벌어진 도심 점거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가장 심한 지역이었다.

9일 밤 빅토리아 항구에서 펼쳐진 춘절맞이 불꽃놀이는 경찰의 강화된 경비 속에 큰 충돌 없이 펼쳐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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