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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샌더스 공통점은? 둘 다 음치에 가깝다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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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26면

미국의 일반 국민·유권자와 학자들이 손꼽는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 ‘톱3’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대한민국 대통령은?” 오답을 유발하는 질문이다. 정답은 11번째 대한민국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1952년 출생)이다. 이전 대통령 10분은 조선시대·일제 강점기·미 군정기에 태어났다.


미국 사람들은 대통령에 대한 이런 식의 퀴즈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검색창에 ‘United States Presidents, trivia’를 넣어보면 48만8000건이 나온다. 트리비아(trivia)는 ‘하찮은 것들, 일반 상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트리비아 속에 미국의 역사가 담겼다. 트리비아로 문제 내기·풀기는 미국의 정치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워밍업 차원에서 몇 개 풀어보자.


“미국에서 태어난 첫 미국 대통령은?”


8대 대통령인 마틴 밴 뷰런(1782~1862)이다. 미국 독립선언(1776)을 기준으로 하면 그 이전 7명의 대통령은 미국 시민(市民)이 아니라 영국의 신민(臣民)으로 태어났다.(흥미로운 점은 뷰런이 태어나면서 배운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네덜란드어였다는 점이다.)


“미국 최초로 ‘미합중국 대통령’이라 불린 사람은 조지 워싱턴이 아니다.” 맞을까 틀릴까. 맞다.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이라는 타이틀의 첫 주인공은 존 핸슨(1721~1783)이다. 다만 핸슨은 미국 헌법(1787)이 아니라 미국 독립 직후의 연합규약(Articles of Confederation, 1781~1787) 하에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 핸슨의 후손들과 일부 사학자는 핸슨을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회가 바뀌고 정치가 바뀐다.


“병원에서 태어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1924년에 태어난 39대 지미 카터다. 그 전 대통령들은 집에서 태어났다. 3대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은 방문객들과 악수로 인사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전에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보면 고개를 숙였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트리비아도 많다. 33대 해리 트루먼(1884~1972)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골프광이었던 28대 우드로 윌슨(1856~1924)은 눈이 와도 필드에 나가기 위해 검은색 골프공을 마련했다. 이번 미 대선에 나온 힐러리 클린턴(69)과 버니 샌더스(75)의 공통점은 둘 다 음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역시 트리비아의 백미는 ‘최초’라는 기록이다. 하지만 모든 기록은 시시콜콜한 것들까지도 잘 깨지지 않는다. 전쟁포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7대 앤드루 잭슨(1767~1845)의 기록 같은 경우 말이다.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두 번째 전쟁포로 출신 대통령이 되는데 실패했다. 현재까지 40대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이혼 경력이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도널드 트럼프(69)가 당선된다면 최초의 두 번 이혼한 대통령이 된다.


미국 대통령 중 ‘최초’ ‘몇 번째’라는 수식어는 그 자체가 해당 대통령이 남기는 정치적 유산(legacy)이다. 자유와 평등을 표방해온 미국이지만 사실 상당한 보수성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문제’는 아직 여성·유대인·히스패닉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를 선도해온 미국에서도 정치발전(political development)이 계속 필요하다. 이번에도 유력 대선주자들이 몇 가지 최초에 도전한다.

가장 많은 대통령 배출한 성공회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올해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144년 만이다. 1872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빅토리아 우드헐(1838~1927)이 여성 최초로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미국에서도 여성은 크고 작은 차별의 대상이다. 특히 여성이 진출하기 힘든 직업이 있다. 먼 옛날에는 여기자가 무시당했다. ‘선녀와 나무꾼’을 연상시키는 일화가 있다. 6대 존 퀸시 애덤스(1767~1848)는 매일 아침 5시에 포토맥강에서 옷을 다 벗고 수영했다. 이를 알게 된 여기자 앤 로열(1769~1854)은 애덤스의 옷을 수거해 기다리고 있다가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여기자가 됐다.


클린턴은 또 최초의 부부 대통령도 된다. 부자 대통령은 두 가문에서 이미 나왔다. 2대 존 애덤스(1797~1801)와 그 아들 6대 존 퀴시 애덤스, 41대 조지 HW 부시와 아들 43대 조지 W 부시가 주인공이다. 조손(祖孫) 대통령 사례도 있다.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1773~1841)의 손자인 벤저민 해리슨(1833~1901)은 23대 대통령이 됐다.


버니 샌더스(75)가 당선된다면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이자 최고령 대통령이다. 현재 최고령 타이틀 보유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69세에 취임, 77세에 퇴임했다. 이번에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1917~1963)이 보유한 43세 최연소 기록은 깨지지 않는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45)와 마코 루비오(44)는 이미 케네디의 당선 당시의 나이를 넘었다.)


이념이나 연령이나 못지않게 샌더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유대인이 세계 경제와 학술을 움직이지만, 아직 유대인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또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후보는 쿠바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최초의 히스패닉 대통령의 가능성이 있다. 2008년 미 대선의 화두가 ‘흑인 혹은 여성 대통령 가능한가’였다면, 이번에는 여성, 유대인 겸 사회주의자, 히스패닉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가 뜨거운 관심거리다. 캐나다에서 출생한 크루즈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최초를 꿈꾼다.


기독교와 전혀 연관 없는 미국 대통령은 아직 없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의 대통령(11명)을 배출한 기독교 교회는 성공회다. 가톨릭 신자는 존 F 케네디가 유일하다. 이번에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가 당선된다면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 된다. 클린턴·트럼프·크루즈가 당선된다면 각기 5번째 감리회 신자, 9번째 장로회 신자, 5번째 침례회 신자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프리메이슨 단원도 14명이나 된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모든 미국 대통령이 프리메이슨이었다고 주장한다.) 중세 석공조합에서 유래한 프리메이슨은 전세계에 600만명, 미국에 170만명의 단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960년대부터 단원 수가 하락세다. 가장 최근의 프리메이슨 대통령은 38대 제럴드 포드(1913~2006)였다. 현재로서는 클린턴·샌더스·트럼프·크루즈·루비오는 모두 프리메이슨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메이슨의 믿음은 간단하다. ‘최고의 존재(Supreme Being) 즉 신(神)를 믿는다면 교리를 놓고 다투지 말고 착하게 살자’는 것이다.


미시시피강 서쪽 출신은 5명뿐우리나라에서 ‘충청 대망론’ ‘호남 정치 복원’ ‘영남 패권주의’가 인구에 회자되지만 미국 정치에서도 ‘지역’이 미묘한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을 대략 동서로 나누는 미시시피강 이서(以西) 지역이 배출한 최초의 대통령은 1928년 당선된 31대 허버트 후버(1874~1964)다. 지금까지도 미시시피강을 기점으로 서쪽 출신 대통령은 5명에 불과하다.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가 아닌 주에서 태어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1978년 당선된 지미 카터는 남북전쟁 이래 최초의 남부 출신 대통령이었다. 출생한 주(州)나 활동한 주를 종합해 따져보면 아직 24개 주가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했다. 버몬트의 샌더스나 플로리다의 루비오가 이번에 당선된다면 24가 23으로 줄 게 된다.


미국 대통령 중 워싱턴·링컨 등 9명은 대학에 다니지 않았다. 해리 트루먼이 마지막 고졸 대통령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대통령의 출신 대학을 따진다. 미국에는 2600여개의 대학교가 있다. 그 중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은 33개다. 1위 하버드가 8명, 2위 예일이 5명을 배출했다. 클린턴이 당선되면 최초의 웰즐리대, 6번째 예일대 출신 대통령이 된다. 또한 첫 번째 시카고대(샌더스), 첫 번째 펜실베이니아대(트럼프), 세 번째 프린스턴대이자 9번째 하버드대(크루즈), 첫 번째 플로리다대·마이애미대(루비오) 동문 대통령 배출의 가능성도 있다.


직업은? 직업 제한이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워싱턴·카터 등 8명이 적어도 한때는 농업에 종사했다. 22대·24대 대통령 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1837~1908)는 교수형 집행인으로 일한바 있다. 제럴드 포드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산림 경비원으로 일했고 패션 모델이기도 했다. 17대 앤드루 존슨(1808~1875)은 재단사였다. 하지만 법률가가 제일 많다. 44대 버락 오바마(54)는 27번째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클린턴 혹은 크루즈가 28번째 자리를 노린다. 또 클린턴·샌더스·크루즈·루비오는 모두 17번째 상원의원 출신 대통령 자리를 꿈꾼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부자다. 백만장자가 아니었던 대통령은 9명이다.역대 대통령 중 최고 부자는 케네디다. 순자산이 10억 달러였다. 케네디는 21세가 됐을 때 아버지로부터 100만달러를 선물로 받았다. 2위는 현재 가치로 5억 달러인 조지 워싱턴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45억 달러의 순자산을 자랑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1위 기록이 바뀐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화려하면서도 위험하다. 임기 중 4명이 암살됐다. 6명은 암살 기도에도 목숨을 건졌다.


이번에는 누가 대통령 취임연설을 준비하게 될까. 가장 짧은 연설은 133단어로 된 조지 워싱턴의 연설이었다. 2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장 긴 것은 윌리엄 헨리 해리슨(1773~1841)의 8578단어짜리 연설이었다. 1시간 40분이 걸렸다.


어쩌면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것이다. 기묘한 ‘인연’도 있어야 한다. 라이벌이었던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같은 날 별세했다. 독립선언 50주년이 되는 1826년 7월 4일이었다. 토머스 제퍼슨이 이미 세상을 뜬 것을 모른 존 애덤스는 “제퍼슨은 살아남았구나(Jefferson survives)”라는 말을 마지막 말로 남겼다.


김환영 기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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