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증권 노사, 저성과자 해고 금융권 첫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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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IBK투자증권이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취업규칙을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 일반해고 등 내용을 담은 정부의 ‘양대 지침’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IBK투자증권을 제명하면서 강경 대응했다.

3단계 재교육 후 미달 땐 대기 발령
민주노총, 신속 제명하며 강경 대응

IBK투자증권은 3일 노사가 지난해 말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일반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했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전체 직원은 성과 측정 결과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일반해고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정규직 프라이빗뱅커(PB) 중 직전 1년간의 개인 영업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손익분기점 대비 40% 미만이거나 성과를 기준으로 하위 5%에 포함된 직원은 30개월의 단계별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1단계(6개월)와 2단계(18개월)에서는 ▶기존 영업점에서의 사내 연수, ▶금융투자협회 온라인 교육, ▶자격증 취득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두 탈락해 3단계(3개월)로 넘어가면 별도의 팀에 배치돼 영업전담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단계도 통과하지 못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게 되고 3개월 대기발령을 거쳐 일반해고 여부가 결정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이 내용을 놓고 지난해 12월 초 전체 투표를 했고, 여기서 553명 중 355명(64%)이 찬성해 단체협약이 가결됐다.

노조측에서는 일반해고 수용 대가로 회사측에 PB 임금 향상, 선택적 복리후생제도 신설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해고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임직원들과 회사의 실적을 함께 향상하기 위한 목적의 취업규칙 개정”이라며 “이런 측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노조도 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2일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내용을 규정한 노동개혁 2대 지침을 발표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양대 지침’으로 불리는 이 지침은 저성과자의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고, 직원에게 불리한 규칙을 도입할 때도 반드시 노조와 합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단협 체결과 관련해 지난달 7일 소속 지부인 IBK투자증권 노조를 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IBK투자증권 노조는 기업별 노조로 전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해고 수용이 다른 업계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해 신속히 제명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IBK증권은 소규모 업체라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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