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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과 대신 통합을” 교통대 증평캠퍼스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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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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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실을 점거한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학생들이 만든 통합 요구 피켓들. [사진 최종권 기자]

지난달 28일 충북 충주 한국교통대 총장실. ‘버리기엔 아깝고, 남 주기엔 더 아깝냐’ ‘폐과 시킬 땐 언제고! 안보내는 나쁜 심보’ 등이 적힌 피켓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학생 20여 명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총장실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있었다.

충북대에 통합 요구하며 학생 농성
캠퍼스 주변 주민들도 한 목소리
“법적 근거 없어” 학교 측은 부정적

교통대 증평캠퍼스 학생 박진환(21)씨는 “본교 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증평캠퍼스 학과 대부분은 없어질 것”이라며 “증평 인근에 있는 충북대에 학과를 통합시켜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총장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대가 내홍을 겪고 있다. 교통대 증평캠퍼스 응급구조학과·물리치료학과·식품공학과 등 8개 학과 학생과 교수들이 “구조조정으로 캠퍼스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며 충북대와 부분통합을 요구해서다.

학생들은 지난달 6일 성명서를 내고 “증평캠퍼스 학우들은 충북대와 통합으로 제대로 된 환경에서 교육받고 싶다”며 “총장·교수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통합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김영호(62)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와 충북대의 부분 통합 논란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증평캠퍼스 학과 일부 교수들이 충북대 교수회 측에 통합안을 제시했고, 이 소식을 들은 군 의회와 사회단체, 증평읍 용강리 주민 등이 지지하고 나섰다.

홍성열(62) 증평군수도 “충북대와 통합하자는 증평캠퍼스 학생들의 요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거들고 있다. 김영권(65) 용강리 이장은 “ 마을과 주변에 원룸·식당·점포 등이 살려면 증평캠퍼스가 활성화돼야 한다” 고 말했다.

증평캠퍼스 교수들은 교통대의 특성화와 거리가 있는 보건·의료 계열 학과를 충북대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민 교수(응급구조학과)는 “지난해 유아특수교육과가 없어진 것을 포함, 캠퍼스 정원의 10%가 줄었다”며 “취업이 비교적 잘되는 보건·의료 학과까지 없어질 가능성이 커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충북대는 통합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호상 교통대 교무처장은 “대학 캠퍼스와 대학 간 부분통합은 법적 근거도 없고 선례도 없다”며 “부분통합은 현재로써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증평캠퍼스 학생들과 교수들이 주장하는 폐과는 결정된 바 없다”며 “정원 20명 이하의 학과는 통합 과정을 거쳐 존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통대는 지난해 8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2년간 자율 구조조정을 한 다음 컨설팅을 받는 조건으로 ‘등급 외 별도조치’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기존 52개 학과를 23개 모집단위(학과·학부)로 줄이는 학사 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글, 사진=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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