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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간 적 없는 인도네시아인 감염…‘지카’ 경로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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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 세계 임신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지카(Zika) 바이러스가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발견됐다. 모두 남성에게서 지카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존재 확인만으로도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열대 지역…이집트숲모기 서식 가능
동남아서 아직 소두증 보고는 없어
WHO “올 미주서만 400만 감염 우려”
올림픽 앞둔 브라질, 군대 동원 방역

최근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 거주자 또는 이 지역 여행자들에게서만 발생했는데, 이제 태국·인도네시아 등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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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포스트는 1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주(州)에 사는 27세 남성에게서 지난해 초께 채취한 혈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 중인 중남미를 포함해 한 차례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이 남성이 자국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에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 헤라와티 수도요 부소장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잠비주 남성의 혈액 샘플은 연구소가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뎅기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채취한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전파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남미에 간 적이 없는 24세 태국인 남성도 지난달 초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돼 거주지인 태국 북부에서의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태국은 열대성 지역이란 공통점이 있다. 지카 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집트숲모기는 아프리카·남태평양·중남미·동남아 등 열대성 지역에 서식한다.

인도네시아·태국 등에서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소두증(小頭症) 신생아가 태어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과거에도 인도네시아는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와 함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최근까지 동남아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물론 신생아의 소두증 연관성 의심 사례는 없었다. 현 시점에선 지카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 간 의심 사례는 브라질·콜롬비아 등 중남미에 집중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지카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WHO는 올해 말까지 미주에서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국민안전처는 이날 질병관리본부·외교부 등 5개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 예방과 대처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임신부의 경우 중남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또 임신부가 부득이 중남미 여행을 갈 경우 모기장·모기퇴치제를 사용하고, 외출할 때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을 것을 권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법무부 간 출입국 정보 공유 채널도 강화해 감염에 신속 대응하기로 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 비상=오는 8월 5~21일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으로 비상에 걸렸다. 한창 시범경기에 나서야 할 선수들이 모기에 물릴까봐 호텔에만 머물러 있는가 하면 올림픽 예행 연습 등 각종 행사도 전면 중단됐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리우 올림픽에 올 것으로 기대했던 브라질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로 썰렁한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리우올림픽조직위원회는 2주째 비상 작전에 돌입해 리우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에 모기가 서식할만한 물이 있는 곳을 색출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방역과 모기 박멸에 나서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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