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과 모로즈의 세리머니 전쟁…웃은 건 시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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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29·OK저축은행)과 모로즈(29·대한항공)의 세리머니 전쟁의 승자는 시몬이었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18, 26-24)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챙긴 OK저축은행은 20승8패(승점62)로 선두를 지켰다. 3연패에 빠진 대한항공은 17승11패(승점52)로 3위를 유지했지만 OK저축은행과 승점이 10점차로 벌어졌다.

OK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민규가 오른 어깨 탈골로 빠졌지만 백업 세터 곽명우가 이민규 공백을 잘 메웠다. 해결사 시몬은 공수에서 완벽했다. 이날 26점을 올린 시몬은 시즌 7번째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 9개, 블로킹 3개, 서브 득점 4개)을 작성했다. 시몬은 대한항공 외국인 공격수 모로즈(20점)와 대결에서도 이겼다.

시몬과 모로즈는 지난 16일 안산에서 열린 경기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평소 모로즈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유명한데, 시몬이 모로즈의 세리머니에 항의했다. 시몬은 "배구는 점수를 올리면 등을 돌리고 세리머리를 한다. 그만큼 신사적인 스포츠다. 그런데 모로즈는 상대편이 보란듯이 세리머니를 한다"고 지적했다.

시몬의 지적때문이었을까. 모로즈는 1세트 7-8에서 시몬의 스파이크를 블로킹을 잡아내 동점을 만든 후 다소 소극적인 세리머니를 했다. 등을 돌리고 오른 주먹을 입술에 댄 후 검지를 치켜드는 동작에 그쳤다. 평소같으면 격하게 몸을 흔들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하지만 작아진 세리머니만큼 모로즈의 에너지도 줄어들었다. 연달아 범실이 나왔다. 대한항공이 18-17로 앞선 상황에서 모로즈는 공격 후 라인오버로 한 점을 줬다. 이어 OK저축은행 심경섭의 오픈 공격에서 모로즈는 블로킹에 실패했고, 야심차게 날린 스파이크는 그대로 아웃됐다. 순식간에 1세트가 18-20으로 벌어졌다. 결국 22-24에서 모로즈의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혀 22-25로 1세트를 내줬다. 모로즈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범실(6개)을 기록했다.

반면 시몬은 연타와 강타를 섞어 차근차근 득점을 올렸다. 2세트 18-1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서브로만 연속 3득점을 올려 21-12로 점수를 크게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세트에는 블로킹의 제왕답게 상대 공격을 철벽수비로 막아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터 이민규가 빠졌지만 곽명우와 호흡도 좋았다.

곽명우는 "시몬이 공격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뒤에서 공을 달라고 소리치는데, 오늘따라 그런 경우가 많았다.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서 믿고 공을 올렸다"고 말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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