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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유커 많이 찾는 서울 중급호텔 투자 유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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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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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분양형 호텔상품이 요즘 들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제주도를 비롯한 관광객이 몰리는 곳마다 성시를 이루던 시절과는 딴 판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외면한 탓 아니겠나.

그런 가운데 서울의 중급호텔 투자전망은 매우 밝아 보인다. 오히려 특급이나 1급과 같은 고급관광호텔이 위험하다. 호텔 등급에 따라 수급 상황을 보면 그런 점괘가 나온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고급호텔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몰려와 객실이 부족했다. 일본 돈(엔화) 가치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물건값이 싼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이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대세다. 일본 관광객이 빠지면서 유커(遊客·중국 관광객)가 호텔을 먹여 살린다. 일본 관광객과 달리 유커는 중급호텔을 선호한다. 그래서 고급보다 중급호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지역 호텔 수급상황을 보자. 2014년 기준으로 1일 숙박료가 12만~17만원 수준인 중고가 객실은 2만실, 6만~12만원인 중저가는 1만3000여 실이 각각 부족했다. 2018년에는 객실난이 더 심각해져 중고가는 2만1000실, 중저가 1만9000여 실이 모자란다.

반면에 17만원 이상인 고급호텔은 2만4000여 실이 남아돌고 게스트하우스·도시 민박집을 비롯한 6만원 이하의 저가 숙박시설도 9000여 실이 비게 된다. 현재 건축 허가가 난 물량을 감안한 분석이다.

그런데도 관광호텔은 수없이 건설된다. 서울 지역에 올해와 내년 완공물량이 9만 실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호텔은 대부분 객실난이 심한 중고가와 중저가 시설이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반면에 특급호텔의 앞날은 우울하다. 대형호텔업계가 2009년부터 객실 부족 얘기가 나오자 대부분 고급호텔 건립에 몰두해 공급이 넘쳐난 영향이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고급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기존 대형 호텔업체는 근래 들어 중급 호텔사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근래 신규 개장이 많은 신라스테이·롯데시티와 같은 비즈니스급 호텔의 운명은 괜찮을까.

숙박료 수준을 볼 때 이들은 중고가와 고급호텔에 속한다. 방 크기가 작은 것은 서울 중심부의 경우 하루 13만~15만원 정도이고 큰 것은 17만원 이상이다. 고급보다 중급 객실 위주로 운영된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공급이 좀 많은 저가 숙박시설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꾸준히 손님이 늘어나 2018년쯤에는 객실 가동률이 75% 이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저가 숙박업소는 가동률이 60%만 돼도 이득이라 하니 방 장사 재미가 쏠쏠할 듯싶다. 수급 상황을 잘 연구하면 해법이 보인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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