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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스코 비리' 이병석 의원 4차례 출석요구 모두 거부..'소환 불응=사법처리 회피' 공식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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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새누리당 이병석(64) 의원이 예정 시각인 22일 오전 10시를 넘겨서도 결국 검찰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이 4번째 소환 불응으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일반인의 경우 계속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등에 나서지만 상대가 현직 의원이면 방법을 찾기가 간단치 않다. 국회 회기 중인지와 함께 불법정치자금 금액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석우)는 지난 18일 이 의원에게 "22일에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 의원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소환 통보였다. 이 의원은 포스코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포스코에 영향력을 행사한 뒤 특혜를 받은 해당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은 혐의(불법정치자금)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21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부당하고 일방적인 검찰 소환에는 응할 수 없다. 20대 총선이 끝난 후 정정당당하게 검찰에 출석해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4번 째)소환에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는데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소환 조사없이 이 의원을 기소할 경우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의 또 다른 고민은 현직 의원의 소환 불응이 일종의 ‘사법처리 회피 전략’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으로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과 무소속 김한길 의원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아직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의원은 출석할 뜻을 내비쳤지만 김 의원이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입장을 번복했다.

검찰은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나 구속 필요성이 명확할 경우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다. 2억7000여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 8일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박기춘(무소속)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구속됐다.

문제는 불법정치자금의 액수다. 검찰은 통상 2억원 이상의 불법정치자금 혐의가 확인될 경우에 한해 구속 수사를 진행한다. 법원의 판례를 검토했을 때 2억원 이상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인정될 경우에 실형이 선고되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는 성완종 전 회장으로으로부터 각각 1억원과 3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의원의 경우에도 수천만 원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 통상적인 구속 수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액수를 떠나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법을 어기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검찰이 현직 의원의 소환 거부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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