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공연들 '극장 탈출'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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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대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간신히 자리를 잡아봤자 3일에서 2주일. 무대 짓고 리허설하고 공연 올리기엔 너무 빠듯한 시간이에요. 그래서 아예 극장을 만들기로 했어요. 이동식 첨단 텐트극장이죠."(에이콤 송경옥 실장)

"실제로 말과 개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어요. 실내에선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야외극장으로 나왔죠. 한여름밤, 시원한 바람에 풀벌레 소리 들으며 연극 한 편 보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애플씨어터 전훈 대표)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이들은 극장 탈출을 감행했다. 공연을 꼭 사방 꽉 막힌 극장 안에서 올려야 한다는 법 있으랴. 장기공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야외 공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들은 문 밖의 공연장을 택했다. 탁 트인 야외에서 보는 공연은 관객들에게도 두배 세배의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올여름 국내에도 첨단 텐트극장이 들어선다. 태양극단의 서커스극 '퀴담' 처럼 이미 외국에선 첨단 텐트극장이 널리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용과 기술상의 문제로 도입을 꺼리고 있었다. 그러나 필요는 수요의 어머니. 극장 대관이 빠듯한 데다 장기공연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뮤지컬 '둘리'와 '캐츠' 제작사는 첨단 텐트극장을 수입해 설치 중이다.

'둘리(7월 25일부터.02-417-6272)'는 분당과 일산에서, '캐츠(31일부터.02-501-7888)'는 수원을 시작으로 부산.광주 등에서 텐트 공연을 한다. 텐트극장은 천막극장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외형은 천막이지만 내부는 일반 극장과 다를 바 없다. 이틀 안에 극장을 설치할 수 있어 편리하고 타원형 무대라 관객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년 여름만 되면 '한여름밤의 꿈'이 5~6편씩 다양한 버전으로 무대에 오른다. '한여름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희곡으로, 신화와 인간의 세계를 재치있게 그린 작품이다.

올해에는 두편이 야외에서 관객을 손짓한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 숲속 야외공연장에서는 가족 뮤지컬 '한여름밤의 꿈(8월 1~3일.02-525-6929)'을 공연한다. 서울서 출발하는 교통편이 마련돼 있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9~13일.02-742-7753)'은 연출가 전훈씨가 시리즈로 제작하는 연극 '유리 가면'의 세번째 에피소드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올리는 연극을 극중극 형태로 꾸몄다. 야외극장에서 연극을 올리고, 연극을 보고 나서 티켓값을 내는 후불식 공연이라는 점이 만화 내용과 똑같다.

한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24~27일 우수마당극 퍼레이드(02-2278-5818)가 열린다.

지난달 20일 국립극장 사무동 옥상(5층)에서는 이색 공연이 열렸다. 공터로 버려진 2백70여평 옥상을 근사한 공연장으로 재단장해 '달빛소리 향기'라는 국악.무용 공연을 올렸다. 국립극장측은 "주변에 별빛 하늘과 소나무숲이 보여 운치가 그만"이라며 "매달 이곳에서 관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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