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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매입 → ATM 원화 송금…계좌 없이 초고속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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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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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한 골드먼삭스는 지난해 5000만 달러를 비트코인 쪽에 투자했다. 투자자문업체 매지스터어드바이저스는 비트코인이 14년 안에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구글 출신으로 비트코인의 핵심 개발자였던 마이크 헌이 최근 “비트코인 실험은 실패”라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때 급락했던 비크코인 거래 가격이 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실제 거래에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한 ATM은 노틸러스효성 제품이다. 전국 지하철역과 편의점에 7000여 대가 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컴즈가 협력사인 코인플러그와 손잡고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시범 출시된 비트코인 전용 ATM 몇 대가 전부였다.

 과연 한국에서 얼마나 편하게 비트코인을 쓸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비트코인 체험에 나섰다. 스마트폰으로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부터 다운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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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로 산 비트코인을 다시 ATM으로 현금화(송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앱이다. 회원 가입차 e-메일 인증을 했더니 모바일 인증도 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보안을 위해서일 터다.

‘인증번호를 불러 달라는 전화는 금융사기 전화’라는 경고 문자메시지(SMS)가 왔다. 핀코드(PIN Code·비밀번호) 네 자리까지 설정하니 회원 등록이 끝났다.

QR코드 발급과 함께 총 계좌 잔고가 0 BTC(비트코인 단위)임을 알리는 화면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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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은 현금을 입금할 국내 은행 계좌를 자동으로 생성·발급해줬다. 별도의 은행 계좌가 필요 없는 것이다. 계좌를 통해 1만원을 모바일로 입금했다. 비트코인을 ‘산’ 것이다.

앱 화면에 잔고가 0.0212766BTC라고 떴다. 1 BTC가 47만원가량이다. 17일 기준 국제 비트코인 시세에 따라 계산된 잔고다.

이번엔 ATM 송금을 시도해봤다. 그런데 수수료가 1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또 만원 단위로만 송금이 가능해 그 이하는 송금 자체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수수료 1500원을 더 입금했다.

 핀코드와 SMS 인증번호를 네 자리씩 입력하고 나면 ATM 인증번호 여섯 자리가 발급된다. 자동 SMS 전송 기능을 활용해 이 인증번호를 ATM에서 돈 찾을 사람과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건 장점, 48시간 동안만 유효해 출금을 서둘러야 한다는 건 단점이다.

  동네 GS25 편의점에 있는 ATM 앞에 섰다. 점원에게 ‘비트코인이 되는 ATM이냐’고 묻자 “비트… 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 비트코인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ATM 메인화면에서 비트코인 메뉴를 선택했다.

안내에 따라 SMS 인증번호와 ATM 인증번호를 차례로 입력하면 끝! 0.0212766BTC이 현금 1만원으로 환전돼 ATM에서 나왔다. 다른 사람과 거래할 때도 ATM 인증번호만 공유하면 쉽다.

 직접 써보니 장점이 많았다. 번거롭게 은행에서 새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공인 인증서도 필요 없다.

해외로 송금할 때 특히 편하겠다. 전 세계 어디든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3~5분 내로 송금할 수 있다. 환전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예상보다 비싼 ATM 송금 수수료가 아쉽지만, 은행 송금 수수료는 0원이다. 앱과 ATM의 일 처리 속도도 제법 양호했다.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사용처와 실수요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수는 전 세계 10만여 곳. 국내는 아직 120여 곳에 불과하다. 파리바게뜨 인청시청역점, 카페네스카페 강남역점 등이다.

앱을 열어 점원에게 QR코드를 보여주면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결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맹점인 뉴욕핫도그앤커피 한양사이버대점 임상우(43) 대표는 “최근 6개월여 간 비트코인 결제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실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 수요는 있지만 실수요는 아직 거의 없다”며 “가맹점이 최소 수천 곳은 돼야 실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보안성 또한 선결 과제다.

 한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국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37%가 올랐다. 국제 유가와 금값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서다. 최근 중국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013년 한때 1BTC당 1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해킹 위협과 중국 정부의 규제 등이 겹치면서 급락한 바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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