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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사무실 차린 예비후보 “홍보물 발송, 현역의 10%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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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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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한 남양주갑 예비후보가 12일 오전 선거사무소로 등록한 자신의 자택 거실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의 한 아파트. 거실에 놓인 테이블에서 6명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벽에는 ‘남양주시 관내도’를 붙여 놓았다.

선거구 획정 아직도 안 돼
명함 건네니 “여기 나와요?”
후원금 한도, 현역의 절반

 총선에서 남양주갑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광한(58)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파트였다.

안방이 제 집무실이에요. 작은방은 ‘온라인팀’이, 문간방은 ‘총무팀’이 쓰고 있죠.”

 임시 선거사무실에 대한 조 후보의 설명이었다. 조 후보는 지난해 12월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출마 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다.

남양주 지역은 현재의 갑·을 선거구가 병으로 분구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그는 남양주병을 희망한다. 2개의 선거구가 3개로 늘어나면 동네를 쪼개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안 되니 어디에 사무실을 내야 할지 정할 수 없었다.

그는 “사무실을 알아보려 와부읍·진건읍·금곡동의 부동산을 10차례 넘게 돌아다니긴 했지만 아직도 사무실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궁여지책으로 자신의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고 있으나 현수막 한 장 걸 공간이 없었다.

 조 후보는 이튿날인 12일 오전 8시 도농역 2번 출구 앞에 섰다. ‘새사람 조광한’이라고 쓰인 어깨띠를 두른 채 연신 고개를 숙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조 후보 옆에서 명함을 나눠 주던 자원봉사자 박성찬씨는 “명함에도 정확히 어디에 출마할 것인지를 명시할 수 없다”며 “더러 명함을 받는 사람들이 ‘여기에 정말 나오나요’라고 묻지만 확답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씁쓸해했다.

 조 후보는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회 모집도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후원회를 만들려 했으나 지역 선관위가 ‘아직 지침이 없다’고 해 선거구가 획정되는 연말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해를 넘겨도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자 조 후보는 지난 4일 후원회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예비후보자의 접수·등록 업무를 11일에야 재개해 일주일이 날아갔다. 조 후보는 “후원금 없이 사비로 선거 준비를 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땐 끼니를 떡라면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병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남호균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예비후보들도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역 의원의 경우 한도가 3억원인데 예비후보는 1억5000만원”이라며 “그마저도 예비후보들은 인지도가 낮아 모금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의왕-과천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예비후보들은 현역 의원의 10%만 홍보물을 돌릴 수 있어 시작부터 현역 의원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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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에 따르면 예비후보자는 가구 수의 10분의 1에 1회만 홍보물을 발송할 수 있다. 반면 현역 의원은 횟수 제한 없이 의정보고서 등을 전 가구에 발송할 수 있다. 최 후보는 “불평등한 악조건 속에서 예비후보들은 혼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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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가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을 미루고 있자 12일에도 예비후보들의 항의성 헌법소원이 있었다. 새누리당 정인봉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예비후보들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는 4월 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을 연기해 달라는 가처분신청도 했다.

남양주=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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