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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65세, 경양마을 개미극단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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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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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경양마을의 ‘꿈꾸는 개미극단’ 단원들이 지난 6일 한국마사회 광주지사 강당에서 ‘개미가 물어다 준 쌀’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계림동 한국마사회 광주지사 1층 강당. 개미 머리 형태의 모자를 쓴 남녀 11명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옛날 마을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은 뒤 매일 쌀을 가져다 줬다는 설화 속 개미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서다. 다소 어설프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대사를 읊으며 연기를 하는 모습은 전문 배우들 못지 않았다. 관객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무대를 오가며 열연하는 주민들을 보며 박수를 보냈다.

계림동 사는 5070 주민 11명
연극 통해 마을 알리려 모여
연기 공부 3개월 만에 무대에

 평범한 50~70대 마을 주민들이 도전한 연극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연극을 통해 마을을 알리고 주민 화합을 다지기 위해 뭉친 광주 동구 계림동 경양마을 주민들 이야기다. 주민들은 마을에 있던 옛 저수지인 경양방죽 공사에 얽힌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마을의 유래와 역사를 소개했다.

 주민들은 시민과 외지인들에게 효과적으로 마을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극을 택했다. 재미있는 연극 공연을 통해 쉽고 자연스럽게 경양마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기 호흡을 맞추며 이웃끼리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꿈꾸는 개미극단’은 이렇게 탄생했다.

 경양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연기 공부에 매달렸다. 매주 화·목요일 계림1동 주민센터 3층 회의실에 모여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하루 2시간씩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았다. 대다수가 가정 주부인 터라 생각보다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다. 처음 모인 20여 명 중 11명만 12월까지 계속된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 처음에는 국어책을 읽듯 대사를 했지만 차츰 능숙하게 역할을 소화해냈다. 평균 연령 65세의 주민 극단이 배우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연극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나이가 들었어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평생 연극 구경조차 못해본 이들에게 연극은 생활의 기쁨이자 휴식이었다. 교사 출신인 장효완(68)씨는 “꿈꾸는 개미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은퇴 후 무료했던 삶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연극 단원 정광희(64·여)씨는 “이웃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이웃사촌이 뭔지 알게 됐다.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꿈꾸는 개미극단은 다음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공연을 한다. 공연 연습을 하면서도 마을과 관련된 또 다른 설화를 주제로 한 연극도 준비한다. 첫 공연을 본 김연수(80·여)씨는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에 흥미로운 설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경양마을 주민들은 2011년부터 마을 알리기에 나섰다. 경양방죽 둘레길이나 경양마을 사료관·만화책 등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양충조(72) 경양마을 주민협의회장은 “주민들이 다양한 마을 알리기 활동에 동참하면서 마을에 대해 더욱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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