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박스 앞에 나갔다 골프공 맞아 부상 땐 본인에게 40%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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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골프장에서 앞쪽 티박스(티잉 그라운드) 옆에 있던 사람이 뒤편 티박스에서 일행이 친 공에 맞아 다쳤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법원 “골프장·가해자 60% 공동책임”

 이모(55·여)씨는 2013년 4월 일행 3명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의 한원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9번 홀 여성용 티박스 부근에서 티샷을 준비하던 이씨는 30m 뒤에서 날아온 골프공에 머리를 맞았다. 남성 일행 한모씨가 드라이버로 친 공이었다.

이 사고로 이씨는 급성 경막하출혈, 두개내출혈 등으로 한 달간 입원했고 머리에 큰 상처가 남았다. 당시 캐디가 이들의 라운드를 돕고 있었다.

 이씨는 “캐디가 나를 남성용 티박스 앞으로 나가도록 방치하고 남성 일행의 티샷을 중지시키지도 않았다”면서 “골프장이 캐디에 대한 지휘·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용객에 대한 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골프장과 배상책임 계약을 맺은 보험사를 상대로 85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임태혁 부장판사는 ‘보험사는 이씨에게 308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청구 금액 중 5100여만원을 손해액으로 판단했다. 그중 60%의 배상 책임은 캐디 관리 의무가 있는 골프장과 공을 친 한씨에게 공동으로 있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는 “당시 캐디가 이씨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고 다른 일행이 티샷을 하지 못하도록 하지도 않았다”며 “캐디의 고용주인 골프장의 잘못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도 일행이 티샷 전에 앞으로 나가면 공에 맞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40%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소송에서 피고가 아니었던 한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만약 보험사가 한씨에게 배상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 한씨의 책임 비율을 법원이 따지게 된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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