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8전9기' 이세돌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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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생강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 "

조훈현(50.사진) 9단이 대국 전의 약속대로 자신의 천적인 이세돌(20) 7단을 완파하고 왕위전 도전권을 쟁취했다. 8연패라는 치욕의 사슬도 끊었다.

조9단은 이7단에게 1999년 11월 이후 한 판도 이기지 못한 채 8연패를 당해 왔다. 40년 승부인생에서 처음 겪는 수모였다. 왕위전에서도 2년 연속 이7단에게 가로막혀 도전권을 놓쳤다. 전투적이고 후퇴를 모르는 조9단이 나이를 잊은 채 이세돌이란 강타자와 정면 승부를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30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올해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은 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흑을 쥔 조9단은 빠른 발로 실리를 선점하면서도 끊임없이 수비망을 강화해 이세돌의 강펀치가 작렬할 기회를 사전에 봉쇄하는 노련한 전략을 폈다.

중반 이후 집 부족을 통감한 이세돌7단은 사방의 흑을 향해 전면 공격을 개시했으나 이때를 예감하며 차분히 대비해온 조9단의 수비벽에 막혀 오히려 막대한 출혈을 보고 퇴각해야 했다. 1백85수 흑 불계승. 쌍방 생사를 건 수읽기 싸움이 치열한 와중에서도 조훈현9단의 속력 행마와 타개가 돋보인 한판이었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하는 전통의 왕위전은 올해가 37년째. 조훈현9단은 최다(13회) 우승자답게 떠오르는 신예 강자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도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오랜만에 사제 대결로 펼쳐지는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의 왕위전 도전기는 오는 11일 한국기원에서 시작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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